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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년을 지키는 힘, 장기요양

국제신문(부산) - 전체기사

며칠 전 한 보호자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자녀들은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친척들도 멀리 살고 있었다.

누구 하나 선뜻 돌봄을 대신할 수 없는 상황, 결국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장기요양기관이었다.과거에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 가족의 당연한 책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는 오랜 돌봄의 질서를 바꾸어 놓았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1인 가구의 확산은 가족 돌봄의 한계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과연 누가 우리의 노년을 지킬 것인가.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지금은 장기요양기관이 맡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장기요양기관을 단순한 복지시설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현실은 장기요양기관이 가족을 대신하고 병원을 보완하며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돌봄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현장의 하루는 생각보다 치열하다.

아침이면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고 식사와 투약을 관리한다.

낙상 위험이 있는 어르신을 살피는 사이 치매 어르신이 갑자기 나가겠다며 출입문으로 향하기도 한다.

보호자와의 상담 전화가 이어지고 병원과 치료 일정을 조율하면서 각종 행정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계획은 순식간에 바뀐다.

이 모든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며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종사자들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르신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키는 전문가다.

하지만 이러한 돌봄 체계는 종사자와 운영자의 희생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인력 부족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어렵게 채용한 직원도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처우 때문에 오래 근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퇴사하면 남은 직원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운영자는 서비스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밤늦게까지 인력을 조정한다.

휴일에도 보호자의 전화를 받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 역시 운영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요양 현장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

숙련된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 건강 이상을 감지하고,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의 욕구 변화와 보호자가 말하지 못하는 불안까지 읽어낸다.

운영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보호자 종사자 사이를 조율하며 돌봄의 균형을 유지한다.

지금의 장기요양은 현장의 경험과 책임감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개인의 헌신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장기요양기관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장기요양기관은 지역사회의 필수 돌봄 인프라다.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 보호자가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을 맞았을 때, 치매 어르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의지하는 곳이 바로 장기요양기관이다.

운영자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오늘날 장기요양기관 운영자는 시설 관리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돌봄을 담당하는 리더이자 코디네이터다.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을 관리하고, 보호자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며, 다양한 돌봄 자원을 조정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역할에 걸맞은 권한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책임 있는 운영도 가능해진다.우리는 소방관이 화재를 막고, 의료진이 생명을 살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요양 종사자와 운영자는 노년의 삶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어르신이 병원으로 다시 실려 가지 않도록 예방하고, 가족이 돌봄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며, 지역사회가 초고령사회를 견딜 수 있도록 묵묵히 기반을 만들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복지를 넘어 사회를 유지하는 공공의 가치로 그 전문성과 헌신이 더 이상 과소평가돼서 안 된다.누가 우리의 노년(老年)을 지킬 것인가.

답은 이미 현장에 있다.

장기요양기관을 지역사회 돌봄의 핵심 인프라로 인정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마련할 때 비로소 우리의 노년도, 우리의 가족도 안전하게 지킬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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