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때문에 밤마다 고민, 다시 벽을 짚기로 했다

나는 의무소방으로 군 복무를 했다. 천안에서 소방 훈련을 받은 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훈련이 있다. 바로 농연 훈련이다. 농연 훈련은 말 그대로 짙은 연기 속에서 손의 감각만으로 탈출하는 훈련이다.
농연 훈련을 할 때 조교가 훈련장에 연기를 가득 피워두면 나 같은 훈련병들이 방화복과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훈련장 입구는 한 명이 기어서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튜브 구멍으로 되어 있는데, 조교가 시간 간격을 두고 훈련병을 한 명씩 들여보낸다. 훈련장 안에 들어가 보면 이미 연기가 자욱해서 자기 손가락도 보이지 않는다. 튜브 안에 들어간 훈련병은 오직 손의 감각만을 이용해 벽을 짚어 가며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때로는 앞이 막혀서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아래 구멍을 찾아 더듬 더듬 내려가기도 한다.
한참을 가다 보면 없던 폐쇄 공포증이 밀려온다. 계속 기어가다 숨이 차오를 때 쯤이다. 숨은 헐떡이는데 산소호흡기에서 원하는 만큼 산소는 안 나오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이성을 잃기 시작한다. 다행히 나는 기절하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고 탈출에 성공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반전은 다른 훈련을 하느라 농연훈련장을 지나갈 때였다. 연기가 걷힌 훈련장은 너무 작고 조촐했다. 설령 내가 패닉에 빠지거나 기절해도 금방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느꼈던 공포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오는 공포였다.
최근 2주 정도 주가가 폭락하면서 나는 공포에 빠져들었다. 처음 며칠 간은 너무 많이 빠져서 짜증이 나면서도 '이전처럼 금세 반등할 거야', '이런 하락은 주식 하면서 일상다반사지'라며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주가가 반등하지 않고 연이어 몇천만 원씩 빠지더니 평가 금액이 고점 대비 억 단위로 빠지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시간만 나면 하염 없이 떨어지는 주가창을 보며 '올라라'를 간절히 되뇌기도 했고, 망연자실해 있기도 했다. 유튜브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애널리스트들의 말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결국 주식을 산 사람도, 결정한 사람도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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