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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노꼬메오름 밝힌 헤드랜턴…이색 트레일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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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김수환 기자 = "15㎞ 코스는 족은노꼬메 오름 정상 부근이 조금 헷갈릴 수 있습니다.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꼭 확인하시고요. 오늘은 기록 경쟁이 아니라 풍경과 분위기를 즐기는 레이스입니다. 다치지만 말고 웃으면서 돌아와 주세요."

25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애월읍 궷물오름 주차장. 출발 30분을 앞둔 운영진의 코스 브리핑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하나둘 헤드랜턴을 켜고 장비를 다시 점검했다. 아직 한낮의 열기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해가 기울면서 노꼬메 능선 아래로 시원한 바람이 내려왔다. 낮 동안 달아올랐던 숲은 금세 선선한 여름밤으로 바뀌고 출발선에는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웃음이 번졌다.

제주 아웃도어 커뮤니티 '구보(goobo)'가 마련한 '노꼬메 나이트 트레일'은 기록 경쟁보다 자연과 함께 달리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비경쟁 트레일 러닝 행사다. 이날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한 채 8㎞와 15㎞ 코스로 나뉘어 노꼬메 오름 일대를 달렸다.

레이스가 시작되자 숲속은 수백 개의 헤드랜턴 불빛으로 물들었다. 멀리서 바라본 오름 능선에는 별빛처럼 이어진 불빛 행렬이 천천히 움직였고 참가자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어둠 속 산길을 달렸다. 빠른 기록보다 안전을 먼저 외치는 운영진의 안내와 곳곳에 설치된 야광 마킹이 야간 트레일을 처음 경험하는 참가자들의 긴장을 덜었다.

8㎞ 코스는 큰노꼬메 정상과 족은노꼬메를 거쳐 돌아오는 비교적 짧은 코스로 구성됐고 15㎞ 코스는 족은노꼬메와 큰노꼬메를 모두 오르는 누적고도 683m의 코스로 구성됐다. 코스 최고 고도인 큰노꼬메 정상에서 노을을 만끽한 이후 보급지점(CP)이 참가자들을 맞았고 숲길을 빠져나온 러너들의 얼굴에는 땀보다 웃음이 먼저 묻어났다.

이날 행사 전후 러닝화 체험부터 논알코올 맥주, 에너지젤, 쿨링타올, 완주 메달, 지역 먹거리까지 다양한 협찬이 더해졌다. 레이스 종료 이후 열린 추첨행사에서는 협찬 기업들이 직접 브랜드를 소개하며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했고 작은 축제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러닝을 시작한 지 8개월 차로 최근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는 김지훈(37)씨는 "로드 러닝과 달리 트레일은 발을 디디는 감각부터 완전히 다르다"며 "산길은 힘들지만 훨씬 시원하고, 대규모 마라톤보다 서로 아는 얼굴이 많아 공동체 분위기가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행사는 협찬도 다양하고 참가비 이상으로 많은 경험을 가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함께 뛰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웃었다.

이날 행사에는 울산에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제주를 찾은 김지영(45)씨도 참가했다. 그는 최근 전북 장수에서 개최된 '쿨밸리 트레일 레이스'에도 참가했던 트레일 러너다.

그는 "구보 인스타그램과 오픈채팅방을 통해 행사를 알게 됐고 바로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했다"며 "오늘 낮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행사장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 "비경쟁 레이스라 아이와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고 거리도 상대적으로 짧아 가족이 함께 참가하기에 좋았다"며 "아이들이 자극적인 놀이보다 이런 건강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훨씬 값진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제주 하면 한라산만 떠올렸는데 이번에 오름을 달려보니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됐다"며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 대회들도 지역 문화와 숙박, 축제, 상권이 함께 연결되면 참가자들도 더 오래 머물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트레일 러닝은 단순히 산을 달리는 스포츠를 넘어 지역 축제와 관광을 결합한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8~19일 전북 장수군에서 열린 '쿨밸리 트레일 레이스'는 장수 쿨밸리 페스티벌과 연계해 덕산계곡과 방화동 자연휴양림 숲길을 달리는 코스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계곡 징검다리를 건너고 숲그늘을 달리며 한여름 무더위를 잊는 이색 경험을 즐겼다. 마을 주민들이 물총 이벤트와 응원을 펼치면서 지역 축제와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에서도 지난 3일 제5회 서귀포 강정마을 생태축제와 연계한 강정노을런 행사가 열렸다.

다음달 22일에는 에코랜드 골프클럽에서 '에코랜드 선셋 홀인런'이 개최된다. 평소 골프 코스로 운영되는 5㎞ 구간을 러닝 코스로 활용해 석양이 내려앉는 페어웨이 사이를 달리는 이색 행사다. 골프장이라는 공간을 러닝 콘텐츠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러닝 문화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 기업들도 이같은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행사 협찬에 참여한 강선애(36) 제주맥주 브랜드영업팀장은 "트레일 러닝 참가자들은 인플루언서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활발한 경우가 많아 제품 노출 효과가 크다"며 "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광고보다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공유하는 방식이라 홍보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노꼬메 나이트 트레일을 기획한 이종해(40) 구보 대표는 "제주는 밤에 건강하게 즐길 문화가 아직 많지 않다"며 "우리가 조금 고생하더라도 사람들이 함께 뛰고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한라산만이 아니라 제주의 다양한 오름을 하나씩 알리고 싶다"며 "대회가 마을과 연계돼 지역 상권과 관광이 함께 살아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tedsh@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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