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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시를 읽어보세요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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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이 시를 읽어보세요

"꼭 종이책을 넘겨야만 독서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자체가 바로 한 권의 이야기 책이지."

본래 독서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만나서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친목 모임이 된 오랜 동료들과의 자리였다. 처음 취지를 조금이라도 살려 보자며 각자 읽은 책을 한 권씩 들고 나와 돌려 읽던 중, 누군가 던진 이 말에 모두 무릎을 쳤다.

그 끝에 한 회원이 공광규 시인의 시 <아름다운 책>을 읊어주었다. "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로 시작해 "사람, 참 아름다운 책 한 권"으로 끝나는 시였다. 어떤 이는 잡지 같고, 어떤 이는 소설 같고, 어떤 이는 시집 같은 삶을 산다. 문득 종이 너머 사람이라는 가장 역동적인 책의 표지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이 강렬한 경험은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도서관 시 서가로 이끌었다. 마침 동네 통진도서관은 다른 곳보다 시 코너가 풍성했다. 서가에 꽂힌 수많은 시집 속에서 공광규 시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파주에게>(2017년 7월 출간)를 빌려왔다.

시집을 펼치자 '시적 도약'과 절묘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마무리를 지어 시 전체를 활어처럼 날뛰게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이 나왔다. 무엇보다 시집 속 작품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민낯을 비추는 정직한 거울이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속도를 내는 세상사

시인은 먼저 세상이 요구하는 정답과 속도에 완벽하게 맞춰 살아가느라 정작 내면이 마모 되는 줄도 모르는 우리의 무감각함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하고

돈벌이도 아직 무난하다

내가 병든 것이다

- <병> 일부

직장 생활이 순탄하고 처세가 매끄러우면 흔히 '건강한 삶'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시 <병>은 역설적이게도 그 무난함을 유지하기 위해 부당함에 분노하거나 슬픈 일에 눈물 흘려야 할 인간적인 감각을 스스로 마비시킨 상태야말로 '가장 깊은 병'이라고 꼬집는다. 톱니바퀴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플 시간조차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무감각 속에서 우리는 효율과 성과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본질적인 것들을 잃어버리곤 한다. 또 다른 시 <위대한 사건>에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불러 줄 사람이 없는 / 꽈리 작약 민들레 정구지 무궁화"라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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