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가 하고 넘어갔는데..." 대기업 멈춰 세운 주민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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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났다. 전국 곳곳에서 새롭게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첫 출근을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다. 주민들의 표로 당선된 이들은 저마다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그 약속이 빈말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들어보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
선거의 열기가 끝난 지금 이 순간에도 농촌 마을 곳곳에서는 폐기물처리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 당선된 단체장과 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마을은 조만간 폐기물 시설로 인한 갈등으로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이미 수많은 마을에서 반복되어 온 현실이다.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예림리 주민들이 겪은 일은 그 반복되는 현실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드물게도, 주민들이 승리한 장면이기도 하다.
사건의 시작은 교묘한 말장난이었다. 2021년 예산군과 SK에코플랜트가 '예산 조곡 그린컴플렉스 일반산업단지'(아래 조곡산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조곡산단 부지가 위치한 조곡리·예림리 주민 대부분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부 이장과 지주들에게만 정보가 흘러갔고, 마을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오면 지역이 발전한다"는 뜬소문만 돌았다.
147만 제곱미터(약 44만 평) 규모의 이 개발 사업은 겉으로는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었지만, 그 거대한 부지 한가운데에는 타 지역의 악성 쓰레기까지 모두 끌어모아 묻으려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나 초창기 설명회에서 배포된 카탈로그 어디에도 '산업폐기물 매립장'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대신 '자원순환시설'이라는 순화된 표현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1년도 자료를 보면 '자원순환시설'이라고 딱 하나만 나와요. 이게 사실 매립장이라는 건데, 이렇게 써놓으면 주민 중에 누가 이걸 매립장인 줄 알고 질문을 하겠어요? 그냥 넘어가죠. 심지어 수질오염방지시설을 만들겠다, 이렇게 써있어서 다들 좋은 건가 하고 넘어간 거예요." - 조순희
주민들이 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2023년 연말이었다. 80대 원주민 어르신이 공문 한 장을 들고 찾아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조상 산소가 있는 땅 몇천 평이 산업단지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밭에서 일하던 복장 그대로 설명회 단상을 점거하며 항의했다. MOU 체결로부터 이미 2년이 지난 뒤였다.
거센 항의에 담당 공무원이 내놓은 답변은 어처구니없었다. "군청 홈페이지에 다 고시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벙쪄서 아무 말도 못 한 게 지금도 너무 억울해요. 70, 80 먹은 노인네들이 군청 홈페이지를 어떻게 봅니까? 그게 주민들한테 알린 건가요?" - 고의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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