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읽을 수 있는 판결문, 법이 드디어 눈높이를 낮췄다
교단에 선 지도 올해로 15년째, 수많은 발달장애 학생들을 만나고 이들이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함께하며 늘 가슴 아프게 절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들에게 너무나 불친절하고, 도무지 풀 수 없는 복잡한 '암호 같은 언어'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흔히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접근권'을 이야기할 때, 대중과 언론의 시선은 대개 경사로,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같은 물리적 시설과 이동권에 머물러 있곤 한다.
나 역시 외부에서 장애인식 개선 교육 강사로 마이크를 잡을 때면, 눈에 보이는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게 되곤 했다. 물론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물리적 환경 개선은 여전히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과 삶을 나누어온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이제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대한 벽, 즉 '정보 접근권'으로 시야를 대폭 넓혀야 한다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의 각종 안내문, 복지 서비스 신청 매뉴얼, 일상적인 계약서와 복잡한 법률문서는 비장애인에게조차 때로 숨이 턱 막히는 난공불락의 영역이다.
하물며 문자를 읽고 그 행간에 담긴 맥락과 의미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 이러한 정보는 그 자체로 거대한 배제의 장벽이자, 일종의 '언어적 폭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그동안 교실 문턱과 건물 입구의 문턱은 낮췄을지 몰라도,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시스템인 정보의 문턱은 여전히 철옹성처럼 높게 버티고 서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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