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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에 찾은 세 개의 릉

오마이뉴스
무더위 속에 찾은 세 개의 릉

전날 다녀온 파주 장릉의 깊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9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파주 삼릉으로 발길을 옮겼다. 7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세 개의 릉을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조바심이 발걸음을 독촉했다.

삼릉, 말 그대로 세 개의 릉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조선의 지배 권력을 움켜쥐었던 한명회의 셋째 딸(장순왕후, 공릉)과 넷째 딸(공혜왕후, 순릉), 그리고 영조의 맏아들(진종, 영릉)이 잠들어 있다. 당시 한명회의 권세가 어떠했을지 절로 짐작이 갔지만, 두 딸 모두 10대의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헛헛해졌다.

무더위를 잊게 만든 감동

파주 장릉에서 알아둔 해설 시간에 맞춰 가려고 애썼으나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혹여 우리 부부 단 둘뿐이라 해설을 들을 수 없을까 걱정하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해설사님은 조금 늦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기꺼이 해설을 진행해 주셨다.

"조선왕릉 40기를 다 돌아보는 게 저의 버킷리스트입니다."

나의 말에 해설사님의 눈빛이 더욱 반짝였다. 남의 개인적인 목표가 본인과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 내 일처럼 반가워하며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설명해 주셨다. 영릉까지 동행하며 쉽고 재미있게 이어지는 해설에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무더위도 잊게 만든 그 정성에 절로 감동이 밀려왔다. '나 역시 누군가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이렇게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왕릉 탐방의 질은 해설사님과 함께할 때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이는 왕릉의 비밀들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왕릉의 건축 요소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능역과 속세를 구분하며 물길을 건너는 돌다리가 바로 '금천교'인데, 이 다리를 건너는 순간부터는 죽은 자의 영역이므로 마음가짐부터 정숙해야 한단다. 금천교를 지나 마주한 붉은 기둥의 '홍살문' 위 화살 개수에도 비밀이 있었다. 능마다 개수는 달라도 음양의 이치에 따라 반드시 홀수로 세우며, 팥죽색 자체도 악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자각 지붕 내림마루에 줄지어 앉아 있는 토우들도 궁금했는데, '어처구니'라고도 불리는 '잡상'이었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등 서유기에 나오는 인물을 형상화하여 화재를 예방하고 잡신을 막기 위해 이 역시 홀수로 올린다고 한다.

홍살문 옆에 왕이 경건하게 대기하던 '판위', 제사가 끝나면 혼백이 능침으로 돌아가는 '신로', 정자각에서 제례 의식을 모두 마치면, 마지막으로 이곳으로 축문을 가져와 태워 묻는 '예감'에 이르기까지... 해설이 더해질 때마다 왕릉은 생생한 역사적 공간으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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