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업무를 10분만에…'예산 0원'으로 AI 개발한 인사처[인터뷰]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공무원 징계를 심의하는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회의를 마쳐도 일이 바로 끝나지 않는다. 담당자가 녹음 파일을 반복해 들으며 회의록과 의결서 초안을 직접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징계 내용과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있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도 활용할 수 없다.
최근에는 이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인사혁신처가 회의록과 의결서 초안 작성을 지원하는 업무용 AI를 자체 개발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6시간 이상씩 걸리던 회의록 작성 시간은 업무용 AI 도입 이후 10분 안팎으로 줄었다.
유승주 인사처 기획조정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뉴시스와 만나 "일명 'A-큐브(A³)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개발한 맞춤형 업무 지원 AI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징계위원회 업무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발 예산 '0원'…공무원 2명이 3개월 만에 자체 개발
A-큐브(A³)는 AI를 활용해 업무를 분석(Analytics)하고 실행(Action)으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은 인사처의 업무 혁신 프로젝트다. 첫 적용 대상은 중앙징계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업무였다.
시중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음성을 문자로 변환하는 수준이라면, 인사처가 개발한 AI는 변환된 내용을 행정문서 서식과 표현 방식에 맞춰 회의록과 의결서 초안까지 자동으로 작성한다. 자주 사용하는 행정 용어를 미리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였고, 업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성능이 개선되도록 설계했다.
놀라운 점은 예산이 한 푼도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발을 주도한 데이터정보담당관실의 김병원 사무관이랑 이희진 주무관은 고가의 상용 솔루션을 구매하거나 외주 업체에 용역을 주는 대신, 전 세계 개발자들이 검증한 무료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했다. 이들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인사처 내부 폐쇄망에 모델을 직접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발 기간은 불과 3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유 기획조정관은 "예전에는 시스템 하나를 구축하려면 예산 확보와 외부 용역을 거쳐 2~3년씩 걸렸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직원들이 약 3개월 동안 직접 개발했다"고 말했다.
◆회의록 작성에서 인사행정 비서까지…"AI 적용 범위 확대"
유 기획조정관은 실무진으로부터 개발 계획을 보고받았을 때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력이 있었고,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데다 검증된 오픈소스도 활용할 수 있어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AI 고도화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에도 직접 발벗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이어가며 지원을 이끌어냈고, 인사처장과 함께 AI 기업 현장을 찾아 부처 관계자들에게 사업 필요성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았다. 평소 AI를 연구해 온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인사행정 전반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인사처는 이번에 개발한 AI를 중앙징계위원회 업무에 정식 적용한 뒤 2단계 개발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확보한 GPU를 활용해 인사행정과 법령, 판례에 특화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고, 징계위원들의 판단을 돕는 참고자료 초안 작성 기능까지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후 재해보상과 재산심사, 취업심사, 주식백지신탁, 소청심사 등 다른 심사·심의 업무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복무·휴직·보수 등 인사제도를 안내하는 'AI 인사비서' 개발도 추진한다.
유 기획조정관은 "공무원의 인사기록과 인사 법령·제도를 바탕으로 AI가 개인별 상황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휴직 신청 등 실제 업무 처리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 기획조정관과의 일문일답.
-A-큐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기존에는 업무를 디지털화하려면 예산을 들여 외부 용역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증된 오픈소스를 활용해 직원들이 직접 업무를 인공지능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획조정관으로 부임 후 업무를 살펴보니 징계·재해보상·재산심사 같은 심사업무가 가장 부담이 컸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A-큐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재 시범 적용 중이며 다음 달부터 징계위원회 업무에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예산 없이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해 김병원 사무관과 이희진 주무관이 재해보상 업무에서 AI 분류 모델을 직접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더 복잡한 징계 심사업무에 도전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AI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고, 이번 프로젝트도 약 3개월 동안 직접 개발했다."
-담당 국장으로서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나.
"예전에는 시스템 하나를 만들려면 예산을 확보하고 외부 용역을 거쳐 2~3년씩 걸렸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직접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있었고, 외부에는 오픈소스 생태계와 기술 발전이라는 여건이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 삼박자가 갖춰졌다고 판단해 기획조정관으로 와서 가장 먼저 챙길 이니셔티브로 정했다."
-AI가 작성한 결과물의 오류는 어떻게 관리하나.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AI가 초안을 만들더라도 최종 판단과 검수는 사람이 해야 한다. 이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담당자가 반드시 최종 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사람은 단순 작성이 아니라 검토와 판단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업무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쓴 부분은.
"GPU 확보가 필수 과제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를 이어가며 왜 GPU가 필요한지 적극 설명했다. AI기업 현장 방문 때도 처장님과 함께 과기정통부 관계자들을 만나 인사처의 필요성을 알렸다. 인사처는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처가 아니라 내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만큼, 설명하지 않으면 필요성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노력했다."
-A-큐브 프로젝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하는 방식을 AI로 전환하는 것이다. 2단계에서는 사건 내용과 적용 법령, 과거 유사 사례 등을 정리해 징계위원들의 판단을 돕는 참고자료 초안을 AI가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체계가 갖춰지면 징계뿐 아니라 재산심사와 재해보상 심사 등 다른 심사 업무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사비서 역할을 하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공무원의 인사기록과 인사 법령·제도를 바탕으로 개인별 상황에 맞는 답변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휴직 신청 등 실제 업무 처리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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