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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지위…AI 도전 수용한 이세돌 vs AI에 도전하는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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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긴 시간이 경과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꼭 10년 전인 2016년 9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리(AlphaGo Lee)간 세기의 대국(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이 펼쳐졌다. 전 세계 2억여 명이 이 대결을 숨죽여 지켜봤다. 당시 인간은 패배(1승 4패)했다. 충격은 컸다. 이른바 ' 알파고 쇼크 '였다.
 
이후 10년 이 흘렀다. 또다시 인공지능(AI)과 인간(신진서 9단)의 역사적 대결이 펼쳐진다. 오는 17~21일 '세계 바둑 1인자' 신진서와 AI 카타고 (KataGo)의 3번기 대국(기신전)이 열린다.

신의 창조물 중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기계 가운데 가장 바둑을 잘 두는 AI가 바둑 전쟁으로 서열을 가리는 대국 명분은 1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알파고 쇼크' 10년, 강산이 변할 정도의 긴 시간이 흐른 만큼 대국 요강(要綱), 환경 등은 크게 바뀌었다.

'불편한 진실'…AI에게 승리 불가능 알고 대국

인간과 AI의 바둑 대결,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인간과 AI의 지위(地位)가 바뀌었다 는 점이다. 10년 전 인간은 AI의 도전을 받는 스승격의 위치에 있었다. 지금은 정반대 입장이 됐다. 이세돌은 당시 "바둑 역사에서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해 도전을 받아들였다"며 AI가 도전자 자격임을 분명히 했다.
 
AI와의 승부 예측 입장도 크게 달라졌다. 10년 전의 이세돌은 "AI의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지만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임전 소감을 전했다. 인간 대표로 10년 만에 대국에 나서는 신진서는 "AI를 호선(互先)으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대국)"이라고 전했다. 다만 "인간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이겨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세돌이 도전을 수용한 입장에서 여유 있는 승리를 장담했다면, 신진서는 도전자로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셈이다. 신진서의 말 속에는 AI와의 대결이 10년 전 만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담겨있다. AI에게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대국을 벌이는 불편한 진실 에 세간의 관심은 10년 전 보다 덜할 수밖에 없다.

"2점 접바둑? AI에게는 단 한번의 실수 용납 안돼 

10년 전 첫 대국에서 알파고 리가 이세돌을 꺾었을 때 세상은 'AI의 혁명'이라며 놀라워했다. 이세돌은 "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 판을 내리 지고 네 번째 대국 승리 후에는 "한판 이기고 축하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AI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10년 전 이세돌이 첫 대국에서 패한 직후부터 AI 포비아(공포증)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도전자로 추락한 것도 모자라 AI와 동등한 조건의 대국을 벌이지 못하는 처지 가 됐다. AI의 발전 속도는 강산의 변화 보다 훨씬 빨랐다. 10년 전 이세돌은 알파고 리와 핸디캡 없이 호선으로 맞붙었다. 이번 대결은 2점 접바둑으로 진행된다. '접바둑'은 실력 차이가 나는 상대에게 돌을 미리 몇 개 놓고 시작하는 바둑을 말한다.
 
14일 2점 접바둑의 의미에 대한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한국기원 관계자는 "약 16집 정도의 패널티를 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인간 최고수를 기준으로 큰 실수를 2~3번 정도 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2점까지는 호적수에게 질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대가 AI라면 (2점의) 의미가 달라 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상대로의 2점 대국은 인간 기준에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둬야 승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점 접바둑을 둔다해도, AI와의 대결에서는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진서 대결하는 카타고, 현 AI 중 최고 수준

신진서와 대결할 AI 카타고는 10년 전 알파고 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현 프로기사와 국가대표 선수들이 실전 훈련에 사용하는 AI라는 점은 이를 입증한다.
 
알파고 리는 현대 AI 기준 초기 버전이었다. 인간 기보 및 행마(Move)를 기반으로 자가학습을 했다. 반면 카타고는 알파고의 최종 버전인 제로(Zero)의 논문을 기반으로 학습한 AI다. 최근까지 계속 자가학습을 진행하는 유일한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알파고 리와 제로의 차이는 석 점 이상"이라며 " 카타고 최상위 버전의 실력은 현재 AI 기술로 가능한 수준의 한계치에 근접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신진서가 이번 AI 대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관심사다. 그는 대국당 5천만 원씩 총 1억 5천만 원의 대국료를 받는다. 여기에다 1승당 5천만 원의 승리 수당이 추가된다. 또 2승 이상 달성 시에는 부상으로 고급 세단 제네시스 G90(9600만 원)을 받게 된다. 3차례 모두 이겼을 경우 4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10년 전 이세돌은 5차례 대국을 벌이면서 총 1억6500만 원의 대국료를 받았다. 1승당 승리 수당은 2만 달러(약 3천만 원),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당시 약 11억 원)가 책정됐다.

신진서와 카타고의 대결 1국은 17일에, 2·3국은 19일과 21일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기원은 대국에 앞서 14일 오후 신진서의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번 대국의 제한시간은 신진서에게 5시간에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진다. 카타고는 제한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해야 한다.

신진서의 모든 대국이 끝난 시점, 인간은  또다른 쇼크에 놀랄까 . AI 포비아 극복 가능성에 기뻐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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