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을 찾다가, 오늘의 나를 찍었다
우연히 TV에서 무연고 장례식을 보게 되었다. 장례식장은 조용했다. 국화 몇 송이와 빈 영정 액자가 놓여 있었다. 사진 대신 하얀 국화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 얼굴을 남겨줄 사람도, 사진 한 장 골라줄 사람도 없었던 것일까. 낯선 사람들이 마지막 길만은 외롭지 않게 함께해 주고 있었다.
TV를 끄지 못했다. 거실 불은 꺼져 있었고 화면만 희미하게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한참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먼저 떠난다면, 내 영정사진은 누가 골라줄까.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 그 질문은 생각보다 가까이 와 닿았다.
죽음을 떠올리자 12년 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아빠가 생각났다. 중환자실에서 만난 아빠는 나와 신랑을 보자마자 괜찮으니 얼른 집에 가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새벽에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전화가 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장례를 치르고 한참 뒤, 남편이 처음 듣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자신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단어 몇 개만 보내던 장인어른이었는데, 그날은 휴대폰 화면 하나가 꽉 찼다고 했다. 사위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우리 가족이 되어 든든했다고, 함께해서 행복하다고. 평생 하지 않던 말을 마지막에 모두 남편에게 남기고 가셨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 한쪽이 먹먹했다. 나 역시 아빠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먼저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언젠가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끝내 오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떠난 아빠의 마지막 발걸음은 조금은 가벼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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