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폭포, 굵은 물줄기 옆에 끊어질 듯 내려오는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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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빗속에서 18km의 산행을 무사히 끝낸 것에 고무된 우리는 셋째 날 걸으려던 평탄한 계곡길 대신 능선길인 13km의 찰스 부니언(Charlies Bunion) 트레일을 선택했다. 특히, 웅장한 기암괴석과 빼어난 능선 풍경으로 스모키마운틴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불린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는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찰스 부니언 트레일은 스모키마운틴을 관통하는 뉴파운드갭(New Found Gap) 로드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뉴파운드갭에서 시작한다. 뉴파운드갭은 스모키마운틴에 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멈추어 보고 가는 곳이다. 우리는 일단 하이킹을 마친 후 주변 전망을 살펴보기로 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트레일로 들어가는 입구는 주변의 짙은 녹음으로 어두웠고 길은 질펀했다. 이곳 역시 수증기와 안개가 자욱했으나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나뭇잎 사이로 밝은 해의 광선이 내리꽂고 있다. 능선 길임에도 안개와 길 양편을 둘러싼 나무들로 나무 터널을 걷는 느낌이었다.
드문드문 마주 오는 등산객들을 만났는데, 이 중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을 종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집채 만한 배낭을 메고 짙은 땀 냄새를 풍기며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찰스 부니언 트레일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일부다.
4.3km 지점에 있는 아이스워터 산장에서 잠시 다리 쉼을 하고 나무로 막힌 능선길을 따라 2km를 더 걸어갔다. 갑자기 세상이 열린 듯 푸른 하늘 아래 탁 트인 능선길이 나오면서 절벽 형태의 바위가 우뚝 선 것이 보였다. 찰스 부니언 전망대였다. 옛날에 큰 산불과 홍수가 겹치면서 흙이 쓸려 내려가고 단단한 바위 뼈대만 남게 된 곳이라 했다. 맞은 편 허공으로 불쑥 솟은 바위에 올라갔다. 습한 공기로 땀에 젖은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6.5km의 산길을 오르내리며 뉴파운드갭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13km 하이킹이라는 숙제를 마치고 여유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31년 전 아이들과 함께 스모키마운틴에서 찍었던 사진이 생각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여주며 AI에게 촬영 장소를 물었다. 놀랍게도 AI가 가리킨 곳은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였다.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동일한 전망을 배경으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다. 뒤에 보이는 스모키마운틴은 31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이번 스모키마운틴 여행은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추억을 찾아가는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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