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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인연, 스승과 제자가 함께 걸은 비자림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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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인연, 스승과 제자가 함께 걸은 비자림

오랜 인연을 만날 때 시간의 양면성을 느끼게 된다. 6월의 수국 향기가 섬 곳곳에 퍼진 제주도에서 고교 시절 선생님을 만났다. 스승과 제자라는 변하지 않는 관계가 이십 년이 넘었다. 은사와 함께 묻고 대답하고 질문하고 화답한 시간. 그 모든 함께했던 순간 자체가 반짝거리는 빛의 시간이었다. 만남의 시간들이 귀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복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중한 것은 늘 먼저 와 있는 법인데,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사는 지인이 제공한 숙소에서 두 달 정도 제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청년 같은 미소를 지닌 당신께서는 곧바로 사람의 발걸음이 드문 숲길로 이끌었다. 초록이 가득 내려앉은 나무 사이로 청명한 섬바람이 얼굴에 느껴졌을 때, 도시에서 온 사람은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다며 호흡과 발걸음을 조금 늦춰 보자고 말했다. 새소리에 귀기울이며 떨어진 나뭇잎과 화산석을 손에 들었다 내려둔 후 오랜 세월, 숲을 지켜온 나무의 신성을 느껴보자는 대화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비자림이 가득한 숲에서 꽃의 이름과 열매를 맺는 식물들의 이름을 아이같은 눈망울로 알려주었다. 이에 나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했다.

은사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성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분이었다. 내가 다녔던 학교가 유독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시절의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하는 분위기를 존경하기 어려웠다. 폭력과 욕설, 감정을 실은 체벌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당연한 일처럼 일어나곤 했다. 시대에 따라 권위와 위계 사회의 장점이 있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세상 아래 사는 것이 늘 불편했다. 그러나 은사는 달랐다. 그시절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며 학생들이 운동장을 뛰어가는 모습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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