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빠듯" vs "인건비 한계"…최저임금 '690원' 왜 못 좁히나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노사 요구액 격차가 최초 1680원에서 9차례 수정안 끝에 690원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보전을, 경영계는 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을 각각 내세우면서 원만한 타결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로부터 9차 수정안까지 제출받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임위는 14일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심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9차 수정안에서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1만320원보다 900원 높은 1만1220원을 제시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8.7%다.
경영계는 올해보다 210원 높은 1만530원을 제시했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다.
이에 따라 노사 요구액 격차는 최초 요구안 당시 1680원에서 690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9차 수정안에서도 노동계가 30원 낮추고 경영계가 10원 올리는 데 그치면서 의결까지는 가지 못했다.
◆노동계안 결정 땐 인당 월 18.8만원↑…주휴수당·보험료도 연동
남은 690원은 시간급으로 보면 크지 않지만, 월급으로 환산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행 법상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는 정해진 근무일을 모두 채우면 유급휴일 수당인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주 40시간 근로자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 40시간에 유급 주휴 8시간이 더해져 최저임금 월급은 통상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에 노동계 9차 수정안인 시간당 1만1220원이 적용될 경우 월 환산액은 234만4980원이다. 근로자 1명당 월 18만8100원, 연 225만7200원의 기본 인건비가 추가되는 셈이다.
노사 9차 수정안의 중간값인 시간당 1만875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월 환산액은 227만2875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 215만6880원보다 월 11만5995원, 연간 139만1940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시간급 인상에 그치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 환산액이 함께 오르고, 사업주가 부담하는 4대 보험료와 퇴직급여 충당 부담 등도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영세 사업주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시간당 인상분보다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주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하는 현상, 즉 '쪼개기 계약'이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5월 한 달간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1%는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인건비(주휴수당) 지급 부담'이 85.7%로 가장 많았고, '퇴직금 부담'도 43.9%에 달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높다는 것도 최저임금 논의가 민감해지는 배경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3.2%로 OECD 국가 중 7위였다. OECD 평균 16.6%를 크게 웃돌고, 일본 9.5%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13차 회의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이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소상공인은 삭감 혹은 동결해야 한다는 게 당초 입장이었고, 마지노선은 2% 미만 인상이었다"며 "저희는 2% 이상 인상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임위 사용자위원 간사인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수단 중의 하나인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근로자의 실질적 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근로장려금,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지원 등을 포함한 정부의 사회안전망 정책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혼자 살아도 월 275만원 필요…"최저임금은 최소 생계선"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을 넘었지만, 실제 생계비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를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혼자 사는 미혼 임금근로자의 실제 생활비를 산출한 지표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달 26일 최임위 9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2025년 기준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275만원으로, 2025년 최저임금 209만원과는 약 65만원 차이가 발생한다"며 "여기에 기초해 2026년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태생계비는 282만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215만원과는 약 67만원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동계 9차 수정안인 시간당 1만1220원이 적용되면 월 환산액은 234만4980원이다. 노동계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제시한 2026년 실태생계비 282만원과 비교하면 약 47만원 낮다.
노사 9차 수정안의 중간값인 시간당 1만875원으로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월 환산액은 227만2875원이다. 이 경우에도 2026년 물가상승률 반영 실태생계비보다 약 55만원 부족하다.
고물가 부담도 문제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9%였지만,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생활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구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남은 690원의 격차를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고 보는 배경이다.
류 사무총장은 "저임금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이야말로 민생 안정과 내수 회복을 위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도 "2027년 최저임금은 실제 가구 생계비와 체감 생활물가, 실질임금 보장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생존의 위기에 처한 청년들과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약속하는 희망의 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노사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은 14일로 넘어가게 됐다. 노사가 9차 수정안까지 제시하고도 690원의 격차를 남기면서 다음 회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의촉진구간은 노사가 더 이상 요구안 격차를 좁히지 못할 때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제시하는 절차다. 노사는 통상 이 구간 안에서 최종안을 내고 합의나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왔다.
최임위는 이미 법정 심의기한인 지난달 29일을 넘긴 상태다.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를 고려하면 14일이 사실상 의결 마지노선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