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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공직 접고 상추 농사... "다들 말렸지만 지금이 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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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공직 접고 상추 농사... "다들 말렸지만 지금이 더 행복해요"

전원생활이라는 낭만을 꿈꾸며 귀농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귀농 인구 10명 중 1명 정도는 역귀농을 선택한다.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간 것이다. 현장에서 전해지는 실제 역귀농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은 3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귀농 난민'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화려한 인생 2막을 꿈꾸며 귀농했다가 영농 실패 등으로 인해 정착에 실패하고, 부채 때문에 도시로 돌아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4년 차 귀농인 백승석 뮤직팜 대표는 "공부하고 준비만 잘하면 귀농 난민은 없다"고 말했다. 단 "농사를 정말로 좋아해야 하고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농장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어요. 저는 농사일을 참 잘 거들어 주는 아들이었어요. 학교 파하고 집에 오다가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면 논두렁에 가방 내려놓고 일을 했어요.

그 바쁜 결혼식 전날까지도 벼 베기를 했고요. 그래서 아내가 불만이 많았죠. 이 더운 날 비닐하우스에서 땀 뻘뻘 흘리는 게 남들 눈에는 안 돼 보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정말로 일하는 게 좋아요. 일을 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살면서 쌓인 마음의 때가 땀과 함께 씻겨 나가는 그런 느낌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일하면 힘듦도 사라지고요. 그래서 농장 이름을 '뮤직팜'이라고 지어 봤어요. 늘 음악이 흐르는 농장이란 뜻이죠."

백 대표는 충남도청 서기관이란 직급으로 33년 공직 생활을 마치면서 농부가 됐다. 농사로 인생 2막을 연 것이다. 2023년 퇴직과 동시에 농부가 됐으니 이제 관록 있는 4년 차 농부다. 1막과 2막 사이에 텀을 둘 필요는 없었다. 퇴직 전 3년이란 준비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500여 평 농지를 구입해 200여 평 비닐하우스를 짓고 '유럽 상추'를 기른다. 비닐하우스 밖에서는 산딸기와 블루베리, 두릅이 자라는데, 모두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은 친환경 작물이다. 수확물은 세종시 싱싱장터 매장 등에서 소비자를 만난다. 그는 "친환경이라 꽤 인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가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

"제가 농약에 거부 반응이 좀 있어요."

그가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는 이유다. 거부 반응의 정체를 묻자 "살에 닿으면 따끔거리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정도 이유만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더 캐물으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어쩌면 나처럼 농약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을 것 같아서다.

삼복더위에 논에서 병충해와 사투를 벌이다가 농약 중독에 쓰러지는 어른을 심심찮게 목격했다. 마을 어른 대부분이 한 번 정도는 쓰러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중에는 내 아버지도 있었다. 쉴 새 없이 토하면서 녹두 삶은 물을 들이켰다. 위액까지 토해 내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비가 무서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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