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어 처음 '자기 홍보'해 본 사람이 꽂힌 한 문장

마흔 살을 막 넘길 무렵, 위기가 찾아왔다. 몸에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큰 수술은 피할 수 있었지만, 이후 오랜 시간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몸의 이상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누구보다 뜨겁게 나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병을 알게 된 뒤 그 마음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더 이상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회사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월급을 줄이더라도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그때의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뜻밖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난생 처음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겼는데, 그게 그림이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나는 그림을 배우기만 하면 잘 그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글은 제법 썼으니, 글과 그림은 같은 재능에서 자라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연필화 수업을 등록했다. 선 긋기부터 시작한 수업은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생각보다 그림을 배우는 일이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3달 과정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중단하고야 말았다. 그때부터였다. 글과 그림, 두 개의 예술을 자유롭게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과 부러움이 앞섰다. 신이 특별한 재능과 임무를 함께 내려보낸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페인팅 북토크'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는 법
지난 6월 초, 김성신 출판평론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경기도서관에서 열리는 '천지수의 페인팅 북토크' 안내였다. '페인팅 북토크'라는 말이 낯설었다. 천지수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한 권의 책을 읽고 글과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독후화'를 꾸준히 작업해 온 화가이자 작가였다.
누군가의 책을 읽고 글로 남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것을 그림으로까지 표현한다니. 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토크는 주말이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나에게 주말은 가장 바쁜 날이기에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대신 그녀가 쓴 <책 읽는 아틀리에>(2021년 6월 출간)를 펼쳤다.
솔직히 '머리말'을 읽기 전까지는 그녀의 본업이 화가인 만큼, 그림에 더 마음을 빼앗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말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글이 너무 좋았다. 그녀는 붓이 무기처럼 발끈하고 묵직해지는 순간을 이야기했는데, 그 문장을 읽는 동안 나는 그녀가 붓끝뿐 아니라 펜 끝까지 묵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이야기를 놓쳐 본 사람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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