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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긴 고향을 다시 불러낸 산문집, 박소영의 '안녕'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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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용담면, 지금의 용담호 아래에는 물속에 잠긴 마을이 있다. 2001년 용담댐 건설로 집과 전답, 마을길과 유년의 풍경은 차가운 물빛 아래 가라앉았다. 그러나 시인이자 화가인 박소영 작가의 산문집 '안녕'은 수몰된 고향의 비애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사라진 마을을 아홉 살 소녀의 눈으로 다시 불러내는 따뜻한 기억의 기록이다.
'안녕'은 저자의 고향인 전북 진안 용담의 '범바우'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생강나무꽃이 피던 봄, 호암천에서 멱을 감던 여름, 수확과 마을 잔치가 이어지던 가을, 아랫목에 둘러앉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겨울까지, 책은 농촌의 사계절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온기를 섬세하게 되살려낸다.
저자는 사라진 공간을 슬픔으로만 애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곳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감각, 계절의 냄새, 마을 사람들의 말투와 생활의 리듬을 하나하나 건져 올린다. '짐장', '모팅이', '지둥' 같은 용담의 말씨도 책 속에 고스란히 남아 독자를 오래전 농촌 마을의 풍경 속으로 이끈다.
책 속에는 논 옆 작은 방죽에서 물방개와 올챙이가 움직이던 장면, 논둑에 피어난 제비꽃과 쑥, 텃밭 울타리 사이의 달개비꽃, 여름방학을 가득 채운 매미 소리와 뭉게구름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이 풍경들을 통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던 한 시대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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