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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직전 가장 화려... 대공황 직전 화려한 폭죽 같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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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직전 가장 화려... 대공황 직전 화려한 폭죽 같은 음악

지난봄, 클래식 공연을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어둠이 슬금슬금 내려앉을 무렵, LED 등이 일제히 반짝, 켜졌다. 가로등이 쏘아대는 빛줄기가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보닛 위에 얹어지는 순간, 도로는 아름다운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한강 다리를 수놓은 오색 조명에 눈이 부셨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 그날의 마지막 순서는 거슈윈의 <파리의 아메리칸>이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유럽 문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로망을 표현한 곡. 샹젤리제 거리를 기웃거리는 아메리칸의 발걸음이 연상되는 경쾌한 멜로디. 이따금 들려오는 '빵빵' 소리는 프랑스 택시들이 쓰던 4개의 전구식 경적을 직접 악기에 달아 눌러서 낸다고 했다. 연주를 듣는 이십여 분 동안 만끽했던 자유로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금가루를 뿌려놓은 미니어처처럼 반짝거리는 도시의 밤 풍경을 보다가 떠올렸다. 그렇지. 바로 재즈였다.

잊고 있었다. 한때는 재즈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는 것을. 90년대 초반. 빌리 홀리데이의 <아이 엠 어 풀 투 원트 유 I am a Fool to Want You >나 쳇 베이커의 <마이 퍼니 벨런타인 My Funny Valentine >을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다. 일요일이면 온종일 재즈를 틀어 놓고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가수의 운명을 헤아려 보던 젊은 날, 대학로로 향하는 입구쯤에 있었던 재즈바 '야누스'에 갔던 기억도 난다. 낮이어서 손님은 없고 뭔가 사물이 정지한 듯한 느낌 속에 맥주 한 병을 다 못 마시고 나온 흐릿한 기억.

재즈에는 나른한 긴장의 이완, 푸르스름한 조명이 남기는 고독, 갈라진 목소리에 묻어나는 절망과 체념의 기미, 흐느적거리는 몸놀림이 주는 안타까움, 끈적끈적한 블루스의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거슈윈의 곡에는 확실히 그런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 자유로움과 절제된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문득, 거슈윈의 다른 곡에 대한 기억이 튀어나온다.

환상곡 풍의 자유로운 곡을 일컫는 랩소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처럼 랩소디가 제목에 들어간 곡은 다 좋아했다. 소설 창작을 강의하던 시절, 쉬는 시간에 <보헤미안 랩소디> 동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절규와 그룹 퀸이 보여주는 화음의 아름다움이 창작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나오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이해하려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튜브로 <랩소디 인 블루>를 틀어본다. 연주자가 몸을 비틀면서 끌어올리는 아름다운 클라리넷 음의 환상적인 상승. 그와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 2013년도에 리메이크한 <위대한 개츠비>를 4만 피트 이상의 고공을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적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길어진 비행시간을 견디기 위해 비행기 좌석 모니터에 탑재된 영화를 뒤지던 중 세 번째로 보기 시작했던 영화였다.

초대장을 손에 쥔 닉이 초호화로 열리는 파티장에 들어서서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개츠비를 찾는데, 한 사내가 상체를 돌려 얼굴을 드러내 보이며 "내가 개츠비요"라고 말한다. 순간 그의 뒤에서 여러 개의 폭죽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으면서 울려 퍼지는 음악, 바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였다.

그런 인상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께름칙한 느낌을 남겼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남들은 모두 위대하다고 그러는데,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 그런 기분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내가 개츠비요"라고 말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은 여전히 느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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