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림바부터 젬베까지, 누워서 듣는 숲속 음악회

여름은 '열음' 하는 계절이다. 봄에 핀 꽃이 진 자리에 열린 열매들은 온몸으로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여물어간다.
봄부터 2주에 한 번씩 아이들과 숲에서 수업을 하다 보니, 그런 계절의 변화가 눈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숲을 오가는 길목, 두 달 전만 해도 진분홍 복사꽃이 피어있던 자리에는 아기의 주먹 만한 작은 복숭아 열매들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 나는 아이들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무성한 진초록 잎들 사이에 달린 복숭아들을 함께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일찍 무더운 여름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해마다 '올해 여름이 앞으로 올 여름들에 비해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라는 기후 학자들의 경고들을 듣게 된다. 최근 며칠 동안 일기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마치 동남아 기후에서의 스콜처럼 갑자기 쏟아지는 것만 보아도 기후 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아가며, 세상이 비극으로 치달아갈수록 어리고도 여린 존재들을 더 품어 안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교실을 떠나 숲에서 수업을 하는 것도, 내게 그런 의미가 있다. 더이상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 소중한 보루같은 것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의지와 희망으로 만든 수업인 것이다.
숲 속에 울려 퍼지는 평화의 노래
여름 시즌 첫 수업을 열며, 준비한 프로그램은 '음악회'였다. 마침 평화를 연주하는 '봄눈별'이 지방에서 서울에 올 일이 있다고 해서 함께 '여름 숲속 음악회'를 열기로 했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듣고 감상만 하는 음악회를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다 보니,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떠올랐다. 문득, 2013년 프랑스의 '플럼빌리지'에서 사람들과 둥글게 서서 함께 불렀던 노래들이 생각났다.
플럼빌리지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과 반전 평화 운동을 펼치고 우리 나라에도 <화>, <얼굴에는 미소, 마음에는 평화> 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께서 세우신 평화 공동체였다. 그곳에는 스님 뿐 아니라 목사님과 신부님, 수녀님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분들과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여름 캠프의 교사로 자원 봉사를 했다. 플럼빌리지라는 이름처럼 자두나무가 가득 심어진 들판에서 아이들과 걷고, 노래하며, 웃던 순간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매번 수업을 하는 백사실 계곡에 도착해 키가 큰 나무들이 드리워주는 그늘 아래에서 아이들과 둥글게 서자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나의 가슴 안에서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처럼 충만한 기분이었다. 나는 '들이쉬고, 내쉬고'라는 노래를 한 구절씩 먼저 불러주었다. 가사에 어울리는 어울리는 손 움직임과 동작이 있는 노래라 아이들은 더욱 흥미를 하지고 집중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나는 꽃처럼 피어나고, 이슬처럼 맑고, 산처럼 견고하고, 땅처럼 단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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