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 핵협정에 '이스라엘 수교' 조건…합의 무산되나
ONP 요약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핵 기술로 전기를 만드는 방법을 30년간 가르쳐주기로 약속했어요. 하지만 그 기술로 핵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고, 미국이 이란에는 핵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정책이 모순이라고 비판받고 있어요.
진보 성향:이중 기준 핵정책 —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사우디에 민간 핵 기술을 제공하는 모순을 지적
중도 성향:조건부 전략적 거래 — 사우디의 아브라함 협약 가입과 우라늄 농축 금지를 조건으로 하는 중동 외교 정책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체결한 민간 핵협정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새로운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하루 전 체결된 합의가 시작도 하기 전에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에너지부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민간 핵협정은 승인될 것이지만, 이는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추진된 협정으로,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까지 가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 핵협정은 비군사적 목적에만 해당하며 핵물질 농축은 없을 것"이라며 "사우디가 매우 성공적인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상은 무산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최종 협상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까지 마친 법적 합의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조건을 반영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백악관도 구체적인 수정 절차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미국 기술을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우디의 장기적인 우라늄 농축 능력 확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와 핵확산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러왔다.
이스라엘 역시 사우디의 핵 농축 프로그램이 중동 지역의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협상 조건으로 추가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은 중동 평화를 위한 역사적인 도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자국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해 왔으며,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과거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사우디도 핵무기를 확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사우디와 핵협정을 추진했지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핵심 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체결한 협정에는 이러한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추가하면서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우디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전까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근접했지만, 이후 가자지구 전쟁으로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보장을 관계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 조건이 현실적으로 충족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합의 내용 자체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물질 농축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협상 내용을 아는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2년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사우디가 핵무기급 연료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라늄 농축이 이뤄질 경우 미국 기업이 이를 담당하고 관련 기술은 사우디와 공유하지 않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UAE 등과 체결한 기존 협정과 달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상적인 엄격한 국제 사찰을 적용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민감한 사찰을 수행하는 방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핵확산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협정은 의회에 제출돼 90일간의 검토 절차를 거친다. 의회의 반대로 협정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실제 성사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내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조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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