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또 5만명?…폭스바겐, 감원 확대 카드 꺼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이 노조와 합의한 5만명 규모의 인력 감축에 더해 최대 5만명을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리·인프라 등 간접비용이 경쟁사보다 20% 높은 상황에서 임금을 낮추지 않고 격차를 해소하려면 이론상 그만큼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그룹 산하 브랜드와 법인, 지역별로 어느 정도의 인력 감축이 필요하고 실행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루메 CEO는 관리·인프라 등 핵심 사업을 지원하는 부문의 비용이 경쟁사보다 20% 높다고 설명했다. 임금을 낮추지 않은 채 이 격차를 없애려면 이론상 직원 5만명을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임금을 낮추는 방안을 택하면 필요한 인력 감축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인력은 수십 년간 늘어나 이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검토하는 추가 감원은 주력 폭스바겐 브랜드와 아우디·포르쉐 등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와 합의한 기존 5만명 감축과 별개다. 추가 감원이 모두 현실화하면 전체 인력 감축 규모는 최대 10만명에 이를 수 있다.
기존 인력 감축도 속도가 더딘 상태다. 폭스바겐은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강제 해고 대신 조기퇴직과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주로 의존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은 약 66만명이다. 그룹 전체 직원 수를 지난해 판매 대수와 단순 비교하면 자동차 14대당 직원 1명꼴이다.
WSJ은 폭스바겐이 전사적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 규모와 공장 재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9일 감독이사회에 구조조정안을 보고한 뒤 판매 차종을 절반으로 줄이고 생산능력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공장에서 무엇을 얼마나 줄일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감원과 공장 폐쇄 가능성을 다룬 보도가 이어지자 노조는 직원들의 불안을 해소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블루메 CEO는 엠덴·하노버·츠비카우·네카르줄름 등 독일 공장 4곳을 2030년대에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가동할 생산 물량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장 폐쇄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 공장의 장기적인 존속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그는 공장 폐쇄보다는 ‘현명한 해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또 독일의 한 소규모 공장 활용 방안을 놓고 방산업계와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협상 상대와 해당 공장의 구체적인 활용 방식은 전하지 않았다.
블루메 CEO는 유럽이 경제·지정학적으로 거센 압박을 받고 있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업계에는 경제·지정학적 압박의 여파가 집중돼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의 높은 비용과 미국의 수입관세에 더해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서, 독일에서 자동차를 개발해 세계시장에 판매해 온 폭스바겐의 전통적인 사업 모델도 흔들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오랫동안 중국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독일 사업을 떠받쳐 왔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의 부상으로 현지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졌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폭스바겐의 안방인 유럽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수입 차량에 의존하는 폭스바겐의 미국 사업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안겼다고 WSJ은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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