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를 받지만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

"이럴 바엔 그 생각도 해봤어. 그냥 그냥 혼자서 아프자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냥 병원 안 가고 수술 안 받고 그냥 이대로 있으면 그냥 될 대로 되겠지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한 의료급여 수급자가 그간의 의료경험에서 비용부담을 토로하며 한 말이다.
인터넷에 '의료급여'를 검색하면 "수급권자 병원비 거의 공짜"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뜬다. 오랫동안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비용 부담이 낮아 너무 많은 의료 이용을 한다는 공격에 시달려왔으나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비용부담은 여전히 크다. 의료급여에도 불구하고 수급가구의 미충족 의료욕구는 27.8%였으며, 치료 포기 사유가 진료비 부담인 경우는 87.1%(김태완 외, 2023)에 달했다.
이러한 통계적 현실을 외면하고 현재의 의료급여 정책은 수급자의 건강권이 아니라 재정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의료비가 저렴해서 병원을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의료급여 본인부담 정률제 개악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급여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반대로 무산되어 최악은 막았지만, 여전히 의료급여는 수급 당사자들에게 든든한 최선이 되지 못한다.
건강한 삶을 위한 안전망으로서의 의료급여 개선 방안을 구성하기 위해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의료급여튼튼하게모임에서는 의료급여 제도에 대한 수급권자와 일반 시민의 의견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기사는 그 설문조사의 데이터와 심층 인터뷰 속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 모두를 의료급여 안으로
2017년, 보건복지부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했고 9년이 흘렀다. 2015년 교육급여, 2018년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으나 2021년 생계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이후 현재까지도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가 수급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에만 적용된 상태이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은 의료급여보다 낮지만 현재 의료급여 수급자는 생계급여보다 33만 명 가까이 적다. 이들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한 수급 당사자는 "건강보험료가 (평소에는) 이렇게 (많이) 안 나왔는데, 이달부터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고 싶어서 왔다"며 공무원을 찾아갔단다. 담당 공무원은 컴퓨터로 이것저것 확인해 보더니 "며느리가 사업을 시작했네요"라고 말했다. 자녀가 돈을 번다고 하면 기뻐야 하는데, 의료급여에서 탈락할까 불안함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신장 질환으로 3년 이상 소득이 없어 의료급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수급신청에 탈락한 인터뷰 대상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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