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찔린 통증과 같다"…폭락장에 등판한 '3억 손실' 정신과 의사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락장을 처음 겪는 초보 투자자일수록 극심한 불안과 공황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2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따르면 주식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주식 투자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지난주보다 이번 주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환자들의 손실 규모도 눈에 띄게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상담을 받는 환자들의 평균 손실액도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가 급등기에 주식 거래를 시작한 초보 투자자일수록 공포감이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이런 초보 투자자들은 하락장에 대한 내성이 없어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는 "폭락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면역력 자체가 없으시고, 그러니까 다른 분들보다 더 심한 우울과 공황 증상을 보이곤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앞서 자신의 인터뷰가 화제를 모은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칼에 찔리거나 불에 데었을 때 그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뇌에 배측전방대상피질이라는 부위인데 이게 포모 증후군을 느끼는 부위랑 정확히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포모(FOMO) 증후군은 남들이 주식으로 큰돈을 벌 때 자신만 뒤처졌다고 느끼는 소외감을 뜻한다.
박 원장은 최근 폭락장을 재해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어제오늘과 같은 하락장에서 우리 뇌는 지진에 비견될 만한, 맞먹는 재난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 폭락과 손실이 3일 이상 누적이 된다면 사실 정신의학적으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해당하는 그 절망감, 우울 이런 걸 느낀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비유가 과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몇억 원 혹은 몇천만 원의 돈을 갑자기 잃게 되면 삶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는 점에서 저는 이게 일본 규슈현에서 일어난 진도 7.1짜리 지진과 거의 맞먹는 심리적 고통"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투자자를 위한 대처법도 제시됐다. 박 원장은 "우선은 지금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지 마시고 주식 앱을 지우시고, 최소 2주 동안은 모든 뉴스나 SNS로부터 격리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계좌를 아예 안 보기 어려운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최소 2~3일만 그 주식 계좌를 안 보게 되더라도 원래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20%~30% 정도는 다시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계좌를 반복해서 들여다보면 오히려 손실을 키운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 원장은 "그 변동성에 휘둘리게 되면 그 충동성과 감정 기복으로 집중력과 판단력이 다시 떨어져서 성인 ADHD 같은 실수를 또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주식 계좌를 계속 보게 되면 충동적인 물타기나 패닉셀을 반드시 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박 원장은 투자자를 향한 조롱과 비난을 자제해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역포모 증후군이나 조모 증후군이라고 해서 나는 주식을 안 사서 오히려 더 이익을 봤다, 승리했다 이런 식으로 열등감을 해소하려고 남을 공격한다거나 조롱한다거나 이런 글들이 지금 굉장히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만큼은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고 비난이나 조롱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 원장은 과거 방송에서 자신도 주식 투자로 3억2000만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량주 대신 테마주와 이른바 잡주를 뇌동매매했고 손실을 만회하려 선물과 옵션 거래까지 나섰다가 더 큰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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