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승조원에 명령 내리자 즉각 침로변경…해군, 최초 전투실험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
함교 당직사관이 타수 승조원에게 조함 명령을 하듯 파이봇에게 침로변경 명령을 내렸다.
당직사관의 명령이 하달되자 파이봇은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고 명령을 복창하며 타기를 돌렸다. 이어 함정의 침로가 330도를 유지하자 "330도 잡기 끝!"이라며 함교 당직사관에게 침로변경 완료 보고를 했다.
지난 23일 경남 창원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는 카이스트(KAIST)와 협업해 함교 타수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는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이 최초로 진행됐다.
해군 관계자는 "이는 함정 내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당직사관과 타수가 명확한 명령 이행을 위해 하는 복명복창 절차"라며 "파이봇은 실제 타수 승조원이 수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해군함정이 항해를 하면 함장이나 함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함교 당직사관이 함정의 침로, 속력 등을 정하는 조함(操艦) 명령을 내린다. 이 명령에 따라 타수(舵手) 승조원은 자동차 핸들과 같은 타기를 조작해 함정의 침로를 잡고, 기관전령수 승조원은 함정의 속력을 변경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실험에서는 카이스트 심현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타수 업무를 맡았다.
전투실험은 ▲1단계 육상 조함시뮬레이션 활용 실험 ▲2단계 정박함정 실험 ▲3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간항해 실험 ▲4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야간 장기항해 실험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이날 실험은 1단계이다.
해군과 카이스트 연구팀은 전투실험에 앞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파이봇이 함정의 조함 절차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날 전투실험에서는 ▲침로 변경이 빈번한 협수로 ▲높은 파도로 함정 침로가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일정하게 침로를 잡아야 하는 악기상 ▲야간항해 등의 상황도 부여됐다. 파이봇은 해군 함정이 실제 항해하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도 당직사관의 명령에 따라 침로를 이상없이 변경했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형준(준장)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이번 전투실험은 함정 승조원 고유의 업무 영역이었던 조함을 로봇이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 분석·평가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함정에서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함정 승조원들의 업무를 경감시켜 나갈 것"이라며 "병역자원 급감, 비약적인 첨단기술 발전 등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봇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래도전 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다. 방위사업청에서 57억원을 출연해 지난 2022년부터 카이스트 주도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현재 함정 승조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업무 중 조함을 비롯해 로봇이 대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확장 범위와 가능성을 파악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okdol99@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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