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라도 기억하는 이 있다면"... 사천 17번째 합동위령제

한국전쟁 전후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경남 사천지역 민간인들을 기리는 '한국전쟁전후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자 제17회 합동위령제'가 7월 21일 오전 사천시 사남면 사천왕사에서 봉행됐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가족과 사천시, 진보연합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법당에는 접이식 의자가 마련됐고, 가족의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는 유족들도 눈에 띄었다. 생존해 있는 유족들은 80~90대가 됐다. 세상을 떠난 유족도 적지 않아 위령제 참석 인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례, 추모 공연, 헌화와 분향, 추도사, 고유제례, 종교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위령제는 사천유족회(회장 김유자)가 주최하고 사천시, 뉴스사천, 사천왕사, 사천진보연합이 후원했다.
"애통하게 가신 영령들께 머리 숙여 추모"
김유자 사천유족회장은 추도사에서 유족들이 겪어온 세월을 짚었다. 그러면서 함께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귀한 자식을 잃고도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고 가슴을 앓으셨던 부모님들, 울다 울다 지쳐버린 애송이 같은 젊은 미망인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 치마꼬리만 잡고 따라가는 어린 자식들까지, 이 모든 애절한 광경들을 셈으로 셀 수가 있었겠습니까. 후회로 살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애통하게 가신 영령들께 머리 숙여 추모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김유자 회장의 추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몇몇 유족은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훔쳤다.
사천왕사 주지 능륜 스님도 추도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제주 4·3사건, 여순사건과 함께 거론하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가가 국민을 희생시켰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인간의 무지와 욕망에서 비롯된 참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사천유족회 식구들도 연세가 들고 점점 잊혀 가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면, 국가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희생된 분들의 넋과 유가족들의 마음이 함께 치유될 수 있도록 정성껏 재를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사정리법 개정 국가 배상 청구 길 열려... 사천시도 뒷받침"
박동식 사천시장은 추도사에서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사건과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비록 전시 상황이었으나 법적 절차 없이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우리 현대사의 큰 아픔"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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