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직원으로 고용, 그녀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방법

뿌리 깊은 역사의 흐름 속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오랜 관습을 통째로 뒤집어 엎는 소설이었다. 이슬아 작가를 여태까지 몰랐다. 알고 봤더니 이슬아 작가는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일간 이슬아'로 자리 잡은 에세이스트였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나'라는 일인칭 시점 대신 본인 슬아를 주인공으로 한 삼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발칙하고 예의 없는 가녀장인 듯하지만, 주인공은 은근히 가족을 사랑하는 끈끈한 정이 있다. 요즘은 자녀가 가장 노릇을 하기도 한다. 신세대가 구세대를 이끌고 가는 구도가 낯설지 않다. 디지털이나 세상 돌아가는 것에 자신 없어 하는 구세대를 신세대가 끌고 가는 추세다.
'부모' 대신 '모부', '가부장'을 '가녀장'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가부장(家父長)에서 아비 부(父) 대신 계집 녀(女)를 넣어 만든 이 말은 그녀가 제작한 신조어다. 젊은 여성이 경제적 주도권과 가족의 통치권을 쥐고 이끌어가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새로운 말을 책 제목으로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배포가 야심 차다. 이런 발상을 밑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은 픽션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구세대의 버벅대는 모습을 그린 장면에서는 웃음을 뿜지 않을 수 없었다.
글쓰기를 노동으로 삼아 돈을 벌어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젊은 세대 '슬아'가 출판사를 차리고, 자기 부모, '복희'와 '웅이'를 직원으로 고용하게 되는 부분이 생경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바야흐로 그런 세태로 흘러가는 과도기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소녀 가장이란 말과 뉘앙스가 다른 점은 자녀가 부모에게 일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부모를 직원으로 대하며 회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캐릭터가 바로 가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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