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골 골목에 그림이 걸리고, 목요일마다 노래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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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골의 새벽 5시부터 긴장 속에서 시작된다. 언제 다시 강제집행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대인들은 이른 시간부터 골목에 모여 마을을 지킨다. 누군가는 입구를 살피고, 누군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현장에 머문다.
하지만 이곳에서 마주한 장면은 '대치'만이 아니었다. 낡은 벽에는 그림이 그려지고, 나무판에는 판화가 새겨졌다. 버려진 옷과 나무, 자재들은 작은 조각이 되어 마을 곳곳에 놓였다. 목요일 저녁이 되면 골목에는 노래도 울려 퍼졌다.
철거를 앞둔 마을에서 예술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아니었다. 함께 버티는 방식이었다.
정릉골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다. 이미 많은 집들이 비어 있거나 부서졌고, 골목 곳곳에는 철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갈 곳이 마련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주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연대인들은 정릉골을 찾는다. 강제집행이 시도될 때마다 몸으로 막아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장의 시간은 충돌의 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다리고, 지키고, 밥을 나누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길게 이어진다.
그 긴 시간을 정릉골의 연대인들은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예술인들이 먼저 붓과 도구를 들었다. 한쪽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버려진 재료들로 조각을 만들었다. 판화 작업이 진행되면 현장을 지키던 연대인들도 함께 손을 보탰다. 그렇게 정릉골의 골목에는 하나둘씩 작품들이 생겨났다.
작품이 놓인 자리는 반듯한 전시장과 거리가 멀었다. 금이 간 벽, 부서진 집터, 쓰레기가 쌓인 골목, 철거의 흔적이 남은 담벼락이 작품의 자리가 되었다. 그래서 정릉골의 작품들은 마을을 예쁘게 꾸미는 장식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 난 공간 위에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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