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화분 속 로즈메리, 셰익스피어 덕분에 달리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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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사 온 첫번째 로즈마리 키우기를 실패했다. 변명을 좀 하자면, 허브를 안 키워본 것도 아니다. 올해 텃밭과 화분에서 키우는 바질만 해도 서른 종이 넘는다. 씨앗을 구할 수 있는 품종은 웬만하면 다 심어봤고, 대부분은 살려냈다. 차이브, 딜, 세이지, 루콜라, 민트, 타등 많은 허브들도 내 텃밭 한켠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런데 유독 로즈메리는 번번이 진다. 물을 좀 자주 줬다 싶으면 뿌리가 물러지고, 좀 말렸다 싶으면 잎 끝부터 갈변한다. 통풍이 좋아야 한다, 배수가 좋아야 한다, 알면서도 막상 장마 한 철 지나고 나면 화분엔 갈색으로 바스러진 줄기만 남아 있다.
그래도 로즈메리를 포기하지는 못한다. 물을 주며 잎을 스칠 때마다 습관처럼 손가락을 문지른다. 바늘처럼 가느다란 잎에서는 특유의 향이 난다. 민트처럼 시원하지만 더 묵직하고 깊은, 꼭 숲을 닮은 향이다. 나는 이 숲을 닮은 향을 좋아해 수없이 죽이면서도 꾸준히 로즈메리를 기르고 있다.
농사와 가드닝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식물마다 오래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매번 깨닫는다. 나는 해마다 로즈메리와 고군분투를 하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로즈메리는 한 번도 이렇게 약한 식물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무대 위에서 로즈메리는 늘 변하지 않는 것, 끝까지 남는 것의 상징이었다. 로즈메리는 매번 다른 얼굴로 "오래간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 화분의 로즈메리는 한 철도 버티지 못한다. 이 간극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물론 셰익스피어가 로즈메리를 처음 무대에 올린 것은 아니다. 이미 유럽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로즈메리를 기억과 추모, 지속성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셰익스피어는 그 오래된 상징을 자신의 인물들에게 건네주었을 뿐이다.
희곡 <겨울 이야기> 4막에서, 양치기의 딸로 자란 공주 퍼디타는 양털깎기 축제에서 손님들에게 꽃을 나눠준다. 나이 든 손님들에게는 로즈메리와 운향(rue)이라는 허브를 권하며 이렇게 말한다.
"로즈메리와 운향, 이것들은 겨울 내내 그 모습과 향기를 간직하는구나."
퍼디타에게 로즈메리는 기억 뿐 아니라 지속성의 상징이었다. 겨울을 지나도 잎과 향을 잃지 않는 식물. 셰익스피어 시대 영국에서 로즈메리는 실제로 사철 잎이 지지 않는 상록 관목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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