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던 '의류사업' 접고 강릉으로... 바다에서 아버지 꿈 잇는 딸

바다는 사람을 쉽게 품어주지 않는다. 거센 파도와 매서운 바람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련을 안김에도, 그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한 사람이 있다. 서울에서의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아버지가 평생 걸어온 바다의 길을 이어 황폐해진 바다숲을 되살리는 일을 선택한 김수아(71)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바다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의 터전으로 여기며, 아버지가 심어온 바다의 희망을 오늘도 바다에 이어 심고 있다. 거친 파도 위에서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가는 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파도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바다의 작업선에 오르면 대부분 남성들뿐이다. 거친 파도 속에서 수백 킬로그램에 이르는 장비를 옮기고, 크레인과 선박을 오가며 작업하는 일은 오랫동안 남성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처음 현장에 나선 김수아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여자가 얼마나 버티겠느냐."
이런 말이 현장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말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새벽이면 누구보다 먼저 선착장에 나가 바람의 방향을 살피고, 조류의 흐름을 읽었다. 높은 파도가 이는 날에도 바다의 변화를 확인했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바닷속 생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꼼꼼히 기록했다.
인공어초를 설치하고, 해조류를 부착하고, 다시마가 바다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여성 사업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바다를 잘 알고, 현장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김수아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다.
"바다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과 준비한 사람만 구분할 뿐입니다."
20여 년 동안 바다에서 몸으로 증명해 온 그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었다. 오늘도 그는 새벽이면 가장 먼저 동해를 바라본다. 파도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도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다.
예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전환점
그의 삶이 처음부터 바다를 향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그의 무대는 거친 바다가 아니라 하얀 설원이었다. 눈 덮인 슬로프를 가르며 내려오는 속도감에 매료됐고 산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느꼈다. 학생 시절에는 스키강사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금도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설원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무대는 서울이었다. 그는 의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수시로 오갔다. 한 해에도 수십 차례 해외를 방문하며 최신 패션 트렌드를 익혔고, 뛰어난 감각을 갖춘 패셔니스타로도 주목받았다.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도시에서의 삶 역시 부족함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미래가 서울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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