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거든..." 자식들 다짐 미리 받아두는 부모님
부모님의 오랜 지인분이 돌아가셨다.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지 채 3개월이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응답하라 1988'처럼 골목길에 모여 살던 일곱 쌍의 부부는 4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모임을 지속하며 친분을 유지 중이었다. 평소 지병도 없고 은퇴 후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활기찬 노년을 보내던 지인의 부고는 모두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들에게 70대 후반은, 아직 아까운 나이였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0.8세, 여성은 86.6세다. 남성의 경우 74세에서 75세로 넘어갈 때, 그리고 79세에서 80세로 넘어갈 때 사망자 수가 급증한다. 노화로 인한 신체의 한계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아버지의 지인 중 두 분이 올해 돌아가셨고 한 분은 직장암 투병 중이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머니는 모임에서 가장 활기 넘치던 양반이 어떻게 제일 먼저 그리 될 수가 있냐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착잡한 심정으로 화장장에 다녀왔다. 일상을 다시 시작했지만, 두 분 모두 당분간은 우울감을 쉽게 떨치지 못할 듯 보였다. 쉽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 힘들었다.
노년에 마주하는 친구의 죽음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노인에게 친구의 죽음은 수십 년을 의지하며 살아온 버팀목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자신의 차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80대 중반을 넘어선 시어머니에게 친구의 부고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통 연락이 없거나 전화를 안 받으면 죽은 거야"라는 말을 덤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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