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0만 명 운명 결정하는 자료가 '비밀'... 근거도 황당

지난 27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과 소상공인연합회(아래 소공연)가 동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동안 인상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노측이나 사측 위원들이 투표에 불참하는 사례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은 전체 위원의 참여로 시급 1만 700원으로 결정됐지만 논란이 된 것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과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였다.
도급제 노동자는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처럼 계약서상으로는 '도급'이나 '위탁'이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 일하는 사람들이다. 도급제 적용 하나만 해도 국세청 신고 기준 약 870만 명의 임금이 걸려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이 심의 안건에 올랐고, 판단의 근거가 될 정부 실태조사도 준비돼 있었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결' 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근거와 논리로 이뤄졌는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 드림"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노동계가 2023년부터 요구해온 오랜 쟁점이다. 올해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정식 심의 안건으로 요청했고, 정부 실태조사까지 마련되면서, 최저임금법 시행 40년 만에 처음으로 본격 심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렇게 수년에 걸쳐 준비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가 비공개 처리됐다. 보고서는 위원만 열람할 수 있었고, 연구진을 초청한 질의응답이나 고용노동부의 발표도 모두 무산됐다.
비공개 명목은 무엇일까. 국가기록원 정부간행물 등록 현황에는 이 보고서의 비공개 사유가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었다. "정부위원회 심의 기초자료이므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요청 드림." 고용노동부는 해당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하게 지장을 준다는 근거를 들었다. 행정기관이 비공개 처분에 가장 빈번하게 원용하는 근거조항이다.
황당한 근거로 비공개했던 보고서의 내용은 6월 9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발표자료로 일부를 공개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도급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산정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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