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의 거절 끝에 출판 계약, 그때 내가 한 착각
책 출간을 위해 출판사 관계자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겨울이었다. 내가 세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을 배려해 토요일 점심 약속을 잡아 주었다. 출판업계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왠지 업계 특성상 말수가 적고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전혀 달랐다. 분위기는 유쾌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편집자가 내가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스토리에 썼던 글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공감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어떤 글에서 웃었고, 어떤 글에서 오래 생각하게 되었는지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혼자 글을 써온 것이 아니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독자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날의 나는 조금 들떠 있었다.
열 곳이 넘는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한 뒤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였다. '드디어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나타났구나.' 그런 생각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책이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미가 없다"는 편집자
출판사와의 첫 만남 이후 나는 그동안 써 두었던 글들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주제끼리 묶고, 순서를 바꾸고, 책 한 권의 흐름에 맞게 새롭게 분류했다. 그렇게 모인 원고는 A4 용지 200여 쪽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연재 글과 책은 전혀 달랐다. 한 편의 글은 그 자체로 끝나지만, 책은 모든 글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야 했다.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고, 고치고, 버리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평일에는 세종에서 지내고 있었다. 퇴근 후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두 시간은 무조건 원고를 수정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저녁 약속도 줄였고, 하루의 유일한 낙이었던 OTT를 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금요일이면 서울 집으로 올라가던 시간마저 아까워 주말을 세종에서 보내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원고를 다시 쓰고 또 고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 정도면 이제 정말 끝이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솔직히 더 이상 손댈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원고를 보낸 뒤 일주일이 지나 편집자의 답장이 도착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처참했다.
내가 애써 정리했던 원고의 절반 이상이 다시 손을 봐야 한다거나 아예 책에 담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지금도 선명하다.
"죄송하지만 글이 재미가 없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구입해서 읽을 만큼의 가치가 부족합니다."
메일을 읽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더 부끄러웠던 것은 며칠 전 내가 편집자에게 했던 전화였다.
"편집장님, 제가 쓴 글이지만 이번 원고는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열심히 수정하고 있는데 만족하실 겁니다."
그 자신감이 한순간에 오만으로 바뀌었다. 며칠 동안 그 메일을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분명 <오마이뉴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글이었고, 브런치 독자들도 좋아해 준 글이었다. 그런데 왜 책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고 있었다.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들도 당연히 이해할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독자는 현장에 없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독자는 볼 수 없었다. 내가 느꼈던 긴장감도, 냄새도, 분위기도 글 속에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았다. 결국 내가 이해하는 글과 독자가 이해하는 글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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