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호남으론 한계…최태원, 美·日 반도체 팹 투자 앞당기나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팹(공장) 증설과 관련해 '속도'와 '규모'를 강조하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팹 투자 일정이 앞당겨질지 관심이다.
최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다 찾아서 빨리 지어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조만간 투자 계획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이 됐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올해보다 내년에 60~100% 더 (메모리를 달라는) 요청이 있다"며 "그런데 내년에 공급은 늘어나는 게 거의 없다. 올해보다 내년에 갭이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량을) 빨리 늘리려면 스케일이 커야 한다"며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다만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해외에도 생산 공장을 지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해 "12년을 앞당긴다고 얘기했는데 저희 내부에서도 이걸 소화해 내는 게 그렇게 쉬운 얘기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거의 모든 인력이 이것만 붙들고 해도 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인도 아직 용수와 전기가 완벽하게 갖춰진 게 아니고, 요새는 중대재해(처벌 강화로) 서둘러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다 보면 생각같이 빨리 못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팹 2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아직 부지만 확정된 상황이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첫 번째가 빨리 늘리는 것이고, 그다음에 (공급과 수요의) 갭을 소화하려면 스케일이 커야 한다"며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이나 일본에 반도체 팹 증설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장 유력한 후보지다. 반도체 팹 건설을 위한 인프라를 갖춘 것은 물론이고, 통상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9일(현지 시간)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메가 팹 콘크리트 타설 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반도체 팹을) 건설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다. 러트닉 장관은 이같은 기조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도 최근 미국 애리조나 투자 규모를 2650억 달러(약 391조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투자 규모에서 1000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미국에도 가능한 지어야 한다"며 "거기에도 전기가 있고, 통상 압력도 있다. (미국에도) 짓는 걸 고려해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반도체 팹 증설 후보지로 거론된다.
최 회장은 지난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반도체 공장 건립 지역과 관련해 "일본은 훌륭한 후보지"라고 강조하면서 일본이 반도체 제조 장비·재료, 전력 환경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생태계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메모리 3강인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확장 공사 기공식을 열었다.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엔으로 우리 돈 약 14조22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숫자로 못 박으면서 기업으로서는 나중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부로 공이 넘어갔지만, 완공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캐파(생산 능력) 확대가 중요해진 만큼 해외 공장 증설 카드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98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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