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놔두고 개미 손목만 끊었다?
경제금융 수장회의 이른바 F4 회의에도 불구하고 30일 코스피는 결국 5천 선으로 내려 앉고 말았다.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던 28일이나 29일과 비교하면 F4 회의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이번 F4 회의의 소집 시기나 내놓았던 대책들을 보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당국이 내놓은 새 조치는 개인별 투자한도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증시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금액을 개인 총 투자금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이 무리하게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것을 막자는 경제 금융당국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그렇지만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서는 이른바 '물타기' 기회를 물리적으로 제한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나 코스피가 9천선으로 올라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그러느냐는 뒷북 시비를 걸어와도 경제 금융당국으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또 지난 16일 회의에서 1천만 원 이었던 기본 예탁금을 3천만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도 31일부터 바로 시행하는 것으로 시기를 앞당겼다. 그만큼 경제 금융당국으로서는 급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다 선물이나 옵션같은 파생상품 등 손실 위험이 아주 크고 거래구조가 복잡한 금융상품 거래에 개인이 처음 참여할 때 실제 돈을 넣기 전에 가상 시스템에서 미리 경험하게 의무화 한 사전모의거래제도의 도입도 포함돼 있다.
총량규제이건 예탁금 상향조정이건, 사전모의거래제도 도입이건 모두가 이른바 개미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문턱을 높이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 F4가 긴급점검회의를 갖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을 이해 할 만은 하다. 증시의 변동성을 낮추고 개인들의 움직임이 증시 전반에 충격을 연쇄적으로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긴급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상품 승인 단계에서는 당국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가 손실이 커진 뒤에야 개미들의 손목을 급히 꺾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이미 손실을 많이 본 투자자들로부터 이번 조치들에 대한 예외 요구가 나오는 것을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던 청와대 고위관계자 발언이 나온 직후 이런 긴급회의가 조직되고 대책이 나오면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손발이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해도 할 말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와 같은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금융당국이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점은 그나마 시한폭탄을 해체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
그럼에도 시한폭탄의 시계는 지금도 째깍째깍 돌아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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