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짜리 성적표'보다 기분 좋았던 아들의 말
지난 20일 잠을 깨우는 알람이 집안을 울렸다. 주말 내내 밀린 집안일과 싸우느라 지쳤던지 눈이 떠지질 않았다. 멈춤 버튼을 누르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어느새 월드컵 결승 전반전이 끝났는지 화면에는 광고가 한창이다. 점수는 0대 0. 이제 방탄소년단 공연 보고 후반전을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다시 없을 공연을 놓쳤다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내게 아들이 말했다. "엄마를 위해 제가 BTS 공연 사진 찍어 놨어요." 나는 아들이 학교에서 100점 받아왔을 때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내겐 월드컵 결승 골도 우승 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일곱 남자가 하나가 되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나는 보랏빛을 사랑하는 아미들 중 하나다.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준 그 노래-IDOL
하지만 8년 전의 나는 그들과 그들의 음악과 노래를 좋아하는 아들을 모두 경멸했다.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다니던 아들은 늘 이어폰을 끼고 살았다. 그땐 아들이 무얼 그렇게 열심히 듣는지 관심도 없었다. 그저 아들이 대학에 붙기만 바랐다. 가수나 연예인에게 골몰하는 건 사춘기 한 때 열병처럼 지나가는 일이라 여기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은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틈만 나면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제꼈다. 방학이라 종일 밥 챙겨주고 부대끼는 것도 힘든데, 집이 떠나가라 노래까지 틀어놓고 흥얼대는 꼴이 보기 싫어 날마다 잔소리를 퍼부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첫 방학을 맞은 아들이 늦잠을 자다 대낮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실 홈시어터 볼륨을 한껏 높이더니 온몸을 흔들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내가 학창 시절 좋아하던 감성적인 노래도 아니고 박자도 리듬도 일정하지 않았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이제 그런 시시껄렁한 아이돌 노래는 졸업할 때도 되지 않았니?"
"엄마는 정말…. 이 노래 제대로 들어본 적은 있어요?"
"들어 봤자지. 요즘 아이돌이라고 하는 애들, 그저 누가 만들어준 노래를 직접 부르지도 않고 입만 뻐끔거리면서 춤만 추는 거 아니야?"
"방탄소년단은 그런 '애들' 아니에요. 제대로 들어보고 말하세요."
아들은 엄마가 꼭 들어봐야 한다며 내 핸드폰에 자신이 즐겨 듣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깔아주었다. 솔직히 그룹 이름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너무 유치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제대로 들어보라'라는 아들의 말이 자꾸 귓가에서 맴돌았다.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근처 공원을 지나다 아들 생각이 났다. '그래, 까짓것 한 번 들어 주지, 뭐.' 노래가 시작되었다. 도입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 발을 굴렀다. '뭐지? 왜 이렇게 좋지?'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You can call me artist
You can call me idol
아님 어떤 다른 뭐라 해도
I don't care
I'm proud of it
난 자유롭네
(중략)
뭘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대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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