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이 알려주는 '꿀조합', 붓기 빼고 싶다면 보세요
아직 초여름이건만, 볕의 온도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뜨거워집니다. 창문을 열면 훅 하고 끼쳐오는 바람 속에 눅눅한 물기가 제법 묻어나고, 바야흐로 숲속 나무와 가로수들이 무성해지며 짙은 초록으로 방향을 트는 절기, 망종(芒種, 6월 6일)입니다.
망종의 '망(芒)'은 보리나 밀처럼 까끄라기가 있는 작물을 가리키고, '종(種)'은 씨앗, 혹은 파종을 뜻합니다. 즉 이미 누렇게 익은 보리와 밀은 서둘러 거두어들이고, 그 자리에 다시 벼의 모를 심어야 하는 교차로 같은 절기인 셈이죠.
우리 땅에서 망종은 1년 중 가장 숨 가쁘게 돌아가는 농번기의 정점이었습니다. 옛 어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일하느라 쉴 틈 없는 이 무렵을 일컬어 "발등에 오줌 싼다"며 짓궂은 농을 치기도 했고, 여름의 초입에서 가을의 수확을 맛본다 하여 '보리 가을'이라 운치 있게 부르기도 했죠.
그 시절 농부들의 '데드라인'
뿐만 아니라, "망종 넘은 보리, 스물 넘은 비바리(처녀)"라는 참 얄궂은 속담도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 스물 넘었다고 혼기 놓친 취급을 했다간 큰일 나기 십상이지만요. 하지만 그 시절 농부들에게 망종이라는 '데드라인'은 그만큼 무시무시했습니다.
이 시기를 하루라도 넘기면 다 익은 보리가 밭에서 픽픽 쓰러지고 맛이 떨어져, 1년 농사가 한순간에 헐값이 되어버리거든요. 어떻게든 수확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낫질을 하던 조상님들의 다급함이 와닿습니다.
자연과 들판은 이렇게 '때를 다투며' 팽팽하게 돌아가는데, 재미있게도 이 시기를 지나는 우리 몸은 정반대로 반응합니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오르고 습기가 더해지면서 몸은 물먹은 솜처럼 한없이 나른해지고 처지기 시작하거든요. 중국에는 이 무렵의 기후가 주는 끈적한 피로감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한 속담이 있습니다.
"망종에서 하지까지는 길을 걸으려면 누가 붙잡아줘야 하고, 붙잡아주는 사람도 누가 끌어줘야 하며, 끌어주는 사람도 누가 밀어줘야 한다." (芒種至夏至,走路要人牽,牽的人要人拉,拉的人要人推)
글자 그대로 '누가 나를 좀 밀어줬으면' 싶은 나른함의 끝판왕이죠. 아침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평소보다 힘들었다면, 그것은 오롯이 이 끈적하고 무거운 절기 탓이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맘때 우리 몸이 유독 지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무얼 먹어야 물먹은 솜이불이 아닌 뽀송한 솜이불이 될 수 있을까요? 한의학에서는 여름의 초입에 땀을 많이 흘리면 기운과 진액이 함께 빠져나가 몸이 쉽게 상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거창한 보양식보다는, 열을 내리고 수분을 보충해 주는 소박한 먹거리로 내 몸을 돌보는 지혜가 필요하죠.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들춰보면 이 계절에 딱 맞는 식재료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바로 '밀'과 '팥'입니다. 먼저 갓 수확한 밀(소맥)이 "성질이 차고 서늘하여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을 없애준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붉은 팥(적소두) 역시 "열독을 풀어주고, 땀으로 막힌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하여 부종을 가라앉힌다"고 했죠. 즉, 망종 무렵에 거둔 서늘한 밀과 붉은 팥은 여름철 붓기를 빼고 심장의 열을 다스리며 지친 몸을 챙기는 최고의 제철 조합인 셈입니다.
'제철 조합'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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