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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물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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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물됨[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51〉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렸다.―차도하(1999∼2023)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자의 생몰연대를 볼 때면 막막하다.

열린 괄호와 닫힌 괄호 사이, 그 안에 갇혀버린 기분이 든다.

떠난 시인에게 세상은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문처럼 느껴졌을까.

그에게 세상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틈 같아서, 종일 까치발로 종종거리다 떠났겠구나.

유고 시집이자 첫 시집인 차도하의 ‘미래의 손’에는 힌트가 가득하다.

그가 세상이라는 괄호 안에서 안녕할 수 없었을 거라는 힌트.

‘처치 곤란한 인간’이란 시에서는 자신을 외계인이라 불러주면 세상을 떠나겠다고 고백한다.

“나는 절반쯤은 개다” 이런 시작은 읽는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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