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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쉽게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혀 내두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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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 쉽게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혀 내두른 까닭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1년 7월 출간). 제목만 보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는 감성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다정함 대신 진화생물학이, 위로 대신 인지과학이 등장했다. 이 책은 다정함을 미덕이 아니라 진화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과학서였다.

그래서인지 배우들 모두 초반 진입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 특히 "들어가며 :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 부분에서는 낯선 개념과 실험, 학자들의 이름이 쏟아지며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겼다. 책 선정자였던 허연주 배우 역시 이 대목에서 여러 번 책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다정함의 힘

그러나 험한 능선 하나를 넘고 나니 풍경이 달라졌다. 책은 우리가 막연히 따뜻한 마음 정도로 여겼던 '다정함'이 사실은 인류의 진화를 이끈 힘이며, 협력과 공존을 가능하게 한 핵심 능력이었음을 차근차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적자생존'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그에 따르면 적자는 흔히 생각하듯 강한 자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존재를 뜻한다. 그리고 인간의 진화사를 살펴보면 살아남은 종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가장 협력적인 종이었다.

"우리 종(호모 사피엔스)이 그 어떤 종보다도 번영할 수 있게 해준 힘은 친화력이다"(p.12)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자, 다정함을 바라보는 오래된 편견을 뒤집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특히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라는 개념이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두려워하기보다 가까이 다가간 친화적인 늑대들이 스스로 선택한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공격성보다 친화력을 선택한 늑대는 오늘날 수억 마리의 개로 번성했고, 야생 늑대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살아남은 것은 가장 사나운 늑대가 아니라 가장 붙임성 있는 늑대였다.

보노보와 침팬지의 비교도 인상 깊었다. 침팬지가 경쟁과 위계를 중심으로 살아간다면, 보노보는 낯선 개체와도 음식을 나누고 협력한다. "친화력은 승리의 전략"(p.97)이라는 문장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었다. 정다은 배우는 이 대목을 읽으며 "보노보가 다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환경의 영향도 컸다면, 인간의 다정함 또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책은 명쾌한 답을 내놓기보다, '인간의 다정함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든다.

배우로서 가장 깊게 다가온 개념은 '마음이론'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추론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감정은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측과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p.42)라는 문장은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우리는 늘 타인의 마음을 상상하며 살아간다. 인물을 이해하고, 상대 배우의 감정을 읽고, 관객의 마음에 닿기 위해 애쓴다. 허연주 배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연기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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