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청와대 앞에 펼쳐진 '경호사'의 상징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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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은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권력기관 개편 구상을 밝히며 대통령경호실의 조직 위상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경호 기능을 개방적이고 국민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권력기관 개혁 요구가 고조된 상황과 맞물려 제기된 것으로, 대통령 권력의 상징 공간과 경호체계를 동시에 재구성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러한 기조는 당시 청와대 경호실 내부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정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보안손님' 논란 등으로 경호체계 전반이 사회적 검증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경호실로서는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구체적인 개편 방향과 실행 방식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기에, 실제 조직 개편의 범위와 수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는 조직 내부의 동요라기보다는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관망 기류로 이해된다. 기존 경호체계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류인 가운데 개방성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 재정비와 역할 재정립의 필요성이 차츰 제기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마치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같은 날 발표된 첫 인사에서 노무현 정부 시기 청와대 경호실 가족부장과 안전본부장을 지낸 주영훈을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기존 경호체계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점진적 개편을 모색하려는 인사로 평가되었다. 이후 실제 조직 개편은 경호실을 폐지하거나 경찰청으로 이관하는 방식이 아니라, 명칭을 '대통령경호처'로 변경하고 조직의 위상과 기능을 조정하는 안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급격한 조직 해체에 따른 혼선을 방지하면서도 개혁 기조를 반영하려는 절충적 방식으로, 안정성과 개혁 요구를 동시에 고려한 단계적 전환의 의미로 해석되었다.
실무형 전문가 주영훈
주영훈은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광화문대통령공약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권력기관 개편과 집무실 이전 구상 논의에 참여했다. 당시 다수 언론은 그를 '광화문 대통령' 구상과 연계해, 기존 청와대 중심의 폐쇄적 경호체계를 넘어 개방적이고 국민 친화적인 경호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특히 도심 개방형 집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호 방식의 전환, 경호와 시민 접근성 간 균형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실무형 전문가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평가는 경호조직의 역할을 단순한 보호 기능에서 공공성과 소통을 고려한 복합적 기능으로 확장하려는 당시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의 경호 업무에 관여했던 일부 인사들은 주영훈의 경호실장 임명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캠프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선거 직전까지는 캠프 내 후보자 경호 책임자가 경호실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으나, 인선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는 선거 과정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와 실제 인선 결과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봉하마을 인맥을 통한 추천설이 거론되며 정치적·인적 배경에 대한 추측이 이어졌으나,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정권 출범 초기 인사 결정이 갖는 상징성과 함께, 경호조직 수장의 선임에 단순한 전문성 평가를 넘어 정치적 신뢰와 경험, 조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복합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추정할 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주영훈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전두환 집권기인 1984년 준공채 제한경쟁을 통해 대통령 경호관으로 임용되며 공직에 입문했다. 당시 경호조직은 군대에 비견될 정도로 엄격한 조직문화 속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현장 경호 요원으로서 경호 현장과 행정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축적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 현장뿐 아니라 보안과 인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등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현장 경험과 조직 관리 경험을 겸비했다는 점은 그의 경력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이러한 이력은 훗날 고위직으로서 조직을 총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주영훈은 노무현 정부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가족부장으로 재직하며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경호하는 역할을 맡았고, 이때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연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반기에는 2급 안전본부장으로 승진해 보안과 정보 업무 등을 총괄하는 핵심 직위를 맡으며 조직 내 입지를 강화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자, 이례적으로 직급을 3급으로 낮춰 봉하마을 경호를 책임지는 부서장으로 이동하면서 조직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인사였다는 추정과 주영훈 본인의 의지에 따른 선택이라는 정황이 함께 제기되었으나 구체적인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행보는 개인적 신뢰 관계와 공직 경력 사이에서 이루어진 선택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경호조직에 깊은 충격을 남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경호조직 전반에 깊은 충격을 남긴 사건이었다. 2009년 5월 23일 봉하마을 인근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발생한 투신 사건은, 피경호인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호의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한 중대한 사고다. 당시 상황이 피경호인의 요청에 따른 수행요원의 이동이었다 하더라도, 경호관이 현장을 이탈한 점은 경호 원칙과 절차 등의 측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범위와 자율성 보장 사이의 균형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전직 대통령 경호체계의 한계와 함께, 현장 대응 기준과 책임 범위에 대한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현장 책임자였던 경호과장은 문책성 인사로 물러났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사저 경호를 총괄하던 부서장 주영훈에 대해서는 별도의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는 형평성과 책임 범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퇴직 경호관은 "징계가 불가피해 보였지만, 봉하마을에서 당시 경호처장에게 주영훈 부장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고했다. 노무현의 서거 관련하여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인종의 경호처가 봉하마을의 요청을 수용해 징계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언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며, 해당 인사조치는 경호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남겼다.
이러한 경위 속에서 주영훈은 봉하마을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서 권양숙 여사에 대한 경호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이는 개인적 인연과 조직의 책임 판단 기준의 모호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후 경호처 특정직 정년을 맞은 그는 행정안전부 소속 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전직 대통령 배우자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봉하마을에 남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강등된 자리에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 경호관'이라는 일각의 평가를 받으며 공직을 이어가 6개 정부를 거친 장수 공무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이력은 당시로서는 조직 내에서 드문 사례로 언급되며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주영훈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벅찬 감동이다. 여사님을 부둥켜안고 울고 싶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개인적 감정과 정치적 전환의 순간이 맞물린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그가 경호실장으로 발탁되었으니, 권양숙 여사와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나오는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봉하마을의 경호 책임자이자 권양숙 여사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주영훈으로선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의 당선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경호 책임자가 피경호인을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은 좀처럼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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