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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모욕죄' 26년만에 법리 변경…"모욕 방법도 따져야"(종합)

뉴시스 속보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소수의 부하가 있는 자리에서 지휘관을 비난했다는 것만으로는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 조문에 정해진 모욕 방법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으로 1999년 12월 정했던 판례를 26년여 만에 바꾼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2일 해군 함정 전탐장(상사) A씨의 상관모욕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옛 고등군사법원의 원심 판결을 무죄 취지로 깨고 서울고법으로 이송했다.

A씨는 2019년 10월 기지로 입항하던 함정 내 조타실에서 상관인 대위 B씨가 권고를 듣지 않자 하사 등 3명이 듣는 가운데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라고 말하며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어 책상에 던진 행위를 해 기소됐다.

군사법원 1·2심은 "훈련 도중 다른 부대원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지휘관에 대한 부적절한 평가를 한 것"이라며 A씨에게 상관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군형법 제64조 2항은 '문서, 도화(圖畵·그림) 또는 우상(偶像·형상물)을 공시(公示·공개적으로 게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중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상관을 모욕한 정도로 충분하다", 즉 '공연히' 모욕하면 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1999년 12월 대법원이 내놓은 판례였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법리를 바꿔 군형법에서 규정한 '문서, 도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에 준하는 식으로 모욕의 방법이 공연성(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을 띠었을 때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A씨 발언을 들은 다른 3명은 각자 업무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발언을 듣거나 행동을 목격했다. 물리적 공간이나 가상공간에 나서 일방적이고 공개적인 수준의 상관 모욕행위를 한 것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이흥구 대법관 등 7명은 종전 법리에 대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을 잘못 확대 해석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군형법 상관모욕죄 조항이) 공연한 방법을 요구하는 취지는 군 조직의 건전한 위계질서 및 통수체계 유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공연한 방법에 의한 모욕행위를 엄중히 처벌하고자 함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상관모욕죄가 사실적시 상관명예훼손죄(군형법 제64조 3항)와 같은 법정형을 취한 점도 고려했다.

일반 형법에서는 명예훼손이 더 무겁게 처벌된다. 이 점을 볼 때 상관모욕죄는 '공연한 방법'이라는 모욕의 방법에 대해서도 가중 처벌 요소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건처럼 '공연히' 상관을 모욕했다고 하면 일반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하거나, 별도로 적절히 군 당국에서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천대엽·오석준·엄상필·신숙희·박영재 대법관 5명은 처벌 범위 제한과 관련해 '보호 법익에 대한 침해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상관모욕죄 처벌 범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공연한 방법'만 기준으로 삼는다면 '처벌 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천 대법관 등 5명은 "모욕행위는 말, 글, 그림, 거동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끊임없이 달라진다"며 "다수의견은 급진전하는 정보화 추세에 역행하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부하인 군인이 업무 수행 중 불특정 또는 다수의 군인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여성 상관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음란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법정의견대로라면 그러기 어렵게 됐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옛 고등군사법원이 2022년 7월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을 통해 폐지되면서, A씨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동일 심급인 서울고법에서 맡아 심리하도록 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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