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여행 첫날, 버스표 사다가 철렁했습니다

(이전 기사 : "헝가리 여행 간다"고 하면 똑같이 하는 말에서 이어집니다.)
여행지에 대한 첫 인상은 대개 공항에서 결정된다. 오랜 비행 뒤 발을 내디딘 첫 땅인 공항은 사막으로 비유하면 여행자에겐 오아시스와도 같다. 기지개 한 번 제대로 켤 수 없는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해방된다는 행복감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설렘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헝가리와의 첫 만남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리스트 페렌츠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이름까지 내건, 헝가리를 대표하는 공항이라고 하기엔 사뭇 소박했다. 건물이 작고 허름한 데다 통로도 두 명이 교행하면 꽉 찰 만큼 비좁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 찾는 곳까지 가는 데 그 흔한 에스컬레이터도 없었다. 노약자를 위한 낡은 승강기 한 대가 전부였다.
입국 수속장과 짐 찾는 곳의 환경은 특히 열악했다. 가는 데마다 혼잡했던 건 여행자가 많아서라기보다 공간이 좁고 동선이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짐을 기다리는 사람과 짐을 끌고 출구를 찾는 사람, 심지어 바로 옆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겹쳐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몇 배 더 길었다. 다음에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팁이 될진 모르겠지만, 짐을 부치지 않을 만큼 줄이고 도착해선 서두르는 게 능사일 듯하다.
오후 4시, 아직 해가 중천인 데도 공항 밖은 의외로 선선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럽 곳곳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를 듣곤 잔뜩 긴장했었다. 며칠 사이에 기온이 15도 가까이 널 뛰는 날씨가 분명 정상은 아니다. 그래선지 거리에서 만난 이들의 옷차림이 두툼해 보이는 스웨터부터 어깨끈의 민소매 차림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햇빛을 피해 그늘에 서면, 유럽의 폭염이 혹 가짜 뉴스 아니었는지 의심될 정도로 쾌적했다.
여행의 본령을 기억하며
공항을 빠져나오면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여기 해외여행에 관한 불문율이 있다. 미리 최근에 다녀온 이들이 남긴 여행기와 AI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준비하면,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들이 알려준 대로 따라간다 해도 늘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그들만 믿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설령 퍼즐 맞춰지듯 예상대로 들어맞는다 해도, 그것이 여행의 만족감으로 고스란히 치환되진 않는다. 여행의 본령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는' 경험이어서다.
'100E'라는 암호 같은 숫자만 기억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부다페스트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의 번호다. 종점인 데아크 페렌츠 광장(Deak Ferenc Ter)에서 내려 도시 곳곳을 사통팔달 연결하는 지하철이나 트램으로 갈아타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오로지 내 관심은 '검표 확인(Validation)'에만 쏠려 있었다.
참고로, '검표 확인(Validation)'이란 승차권을 구매한 후 탑승 전에 스스로 검표 절차를 거치는 걸 말한다. 버스나 지하철, 트램 정류장마다 검표기가 설치되어 있고, 승차권을 넣으면 검표 일시가 찍힌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차권을 구매한 경우는 검표기에 적힌 QR 코드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를 누락하면 부정 탑승으로 간주해 고액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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