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애는 안 하면서 '남의 연애'에 빠진 대한민국
지상파와 케이블, OTT를 막론하고 바야흐로 '짝짓기 예능'의 전성시대입니다. ENA와 SBS Plus에서 방영 중인 연애 리얼리티 <나는 솔로>가 큰 인기를 얻으며 유사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반적인 미혼남녀의 만남 뿐 아니라 돌싱이나 모태솔로, 연예인 자녀들 간의 만남을 다루는 프로그램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사치가 되어버린 이른바 '3포 시대'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혼인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니터 안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으로 뜨겁습니다.
판타지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지독한 현실'
과거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개 판타지의 영역이었습니다. 한때 화제를 모았던 채널A <하트시그널>의 출연자들은 모두 화려한 외모와 스펙을 자랑했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고급스러운 장소와 세련된 데이트 코스를 배경으로 펼쳐졌습니다. 시청자들 또한 방송을 현실의 연애로 믿기보다 잘 짜여진 로맨스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듯 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인기를 끄는 것은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입니다. <나는 솔로>를 비롯한 최근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거울 속 내 모습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돌싱이나 모태솔로처럼 콤플렉스나 치부로 여겨지는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점 많고 서툰, 보통 사람들이 사랑을 갈구하고 상처받으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판타지 로맨스보다 훨씬 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보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
사람들은 왜 이 서툴고 지독한 현실 연애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 프로그램은 사랑을 소재로 삼고 있을 뿐, 실제로는 인간의 본심을 들여다보는 관찰 실험장에 가깝습니다. 외딴 숙소라는 제한된 공간에 낯선 이들을 모아 놓고, 카메라는 그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가감 없이 비춥니다.
호감과 거절이 교차하고, 연대와 배신이 얽히는 이 특수한 생태계 안에서 인간의 심리는 적나라하게 해체됩니다. 선택받고 싶은 욕망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불안이 충돌하면서, 애써 숨겨왔던 열등감, 인정 욕구, 이기적인 면모가 튀어나옵니다.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지점 역시 연인들의 아름답고 설레는 순간보다, '저 상황에서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할까'와 같은 인간 군상의 민낯을 목격하는 데 있습니다.
대중이 연애 리얼리티를 소비하는 이 독특한 방식은 관련 리뷰 콘텐츠에서도 드러납니다. 줄거리 소개나 리액션 중심인 일반적인 방송 리뷰와 달리, 이 프로그램의 리뷰 영상들은 출연자의 심리와 관계 방식을 해석하는 데 집중합니다. 정신건강 전문의나 심리학 관련 종사자들이 등판해 이들의 말과 행동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리뷰 콘텐츠는 단순한 비평을 넘어, 마치 '인간학 강의'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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