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사막의 끝에서 이 작가가 마주한 것

검은 모래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오고,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빙하는 서서히 물이 된다. 붉은 사막 한가운데에는 오래전에 말라버린 나무가 서 있고,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고원 위로 은하수가 쏟아진다. 사진작가 전흥규가 세계 곳곳에서 카메라에 담은 풍경이다.
전흥규 초대사진전 '경계의 풍경'이 오는 8월 4일부터 23일까지 충남 서산시 서해미술관에서 열린다. 아이슬란드의 빙하와 폭포, 나미비아의 사막, 캐나다 로키의 산맥과 호수, 파미르 고원의 밤하늘, 남미 파타고니아의 거친 자연 등 20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시는 이국적인 절경을 나열하는 여행 사진전에 머물지 않는다. 전흥규의 시선은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잃으며, 다시 무엇을 발견하는지를 향한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 놓인 고독
전시 제목 '경계의 풍경'에서 경계는 육지와 바다, 사막과 하늘, 빙하와 물이 맞닿는 지점만을 뜻하지 않는다. 문명과 자연, 소음과 침묵, 인간의 시간과 지구의 시간이 교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품고 대지의 끝으로 향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서 오히려 존재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에는 불과 얼음이 공존한다. 검은 해변과 얼어붙은 폭포, 거대한 산과 오로라가 한 화면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을 만든다. 작가는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던 빙하가 녹아내리는 순간에서 소멸 뿐 아니라 새로운 순환의 시작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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