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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직장 생활 완주, 퇴직 후 찾은 나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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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직장 생활 완주, 퇴직 후 찾은 나만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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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차, 저... 깜빡이도 안 켜고 갑자기 저렇게 끼어들면 어떡해!"

운전석에 앉은 옆지기가 깜빡이도 없이 밀고 들어와 깜짝 놀라게 한 차량을 향해 점잖게 한 소리를 던진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남편을 바라본다.

"여보, 내가 딱 저래요. 깜빡 잊었거나 마음이 다급해서 저러겠지. 그냥 당신 아내려니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요."

나의 고백에 남편은 이내 허허 웃으며 나무라던 말을 거둔다. 세상에는 유독 손에 익지 않고 도망치고 싶은 분야가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내게는 그것이 바로 '운전'이었다.

"운전은 정말 나랑 맞지 않는구나."

생각이 여기에 굳어지니 운전대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커다란 부담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출퇴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았지만, 출장이 없는 날이면 대중교통 카드를 먼저 챙겼다. 하지만 이 부담감은 뜻밖의 긍정적인 변화를 데려오기도 했다. 운전을 기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웬만한 거리는 두 발로 씩씩하게 걸어 다녔고,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조용히 사색에 잠기거나 가방 속 책을 꺼내 읽으며 나만의 밀도 높은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평생 갈 것 같던 이 '운전 울렁증'이 퇴직을 하고 나서 거짓말처럼 달라졌다. 여전히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완전히 편안해진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퇴직 후에는 예전 같은 크고 작은 사고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최근 들은 오디오북 <30분 손자병법 : Driving Edition>의 문장들을 곱씹다가 비로소 그 수수께끼 같은 이유를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고대 전장의 전략을 도로 위 운전자의 마음가짐에 비추어 설명하는데, 놀랍게도 그 내용 하나하나가 지난날 나의 실패와 지금의 평온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내 마음의 전장에서 이미 결정되었던 승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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