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경북·충청의 공통점…"신생아중환자실 곧 붕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최근 신생아중환자실을 홀로 책임져온 전북대병원 김모 교수가 주 90시간 근무, 50시간 연속 당직을 서는 등 격무에 시달려오다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신생아가 늘고 있지만 이를 맡을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의 대(代)를 이을 전공의마저 충원되지 않아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붕괴 직전에 처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전국 대학병원 가운데 신생아 분과 전문의 1~2명이 24시간 365일 해당 지역의 고위험 신생아를 홀로 감당하는 곳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12일 의료계와 대한신생아학회 등에 따르면 전국에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77곳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52곳(67.5%)은 의사 1~2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1~2명 근무하는 곳들은 3교대 근무가 불가능해 주 50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하는 등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비수도권 병원의 경우 이 비율이 68.4%로 더 높았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분만 가능 의료기관 수는 2013년 706곳에서 2024년 430곳으로 11년간 39.1% 감소했다.
의사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16개 시도 중 충남·충북·경남·전남광주·전북·제주 등 6곳에는 신생아 전문의 3명 이상인 병원이 하나도 없었다.
전국 신생아 세부 전문의는 242명으로 이 가운데 154명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문의의 63.3%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세부전문의의 1인당 연간 평균 신생아 입원환자 진료 건수는 1000건이었다.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환자 건수는 연간 2만5000~2만7000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32주 미만의 극소·미숙아 출생아수는 2116명 이었다.
신고 병상 대비 실제 운영하고 있는 병상 가동률 2015년 117%에서 2025년 98%로 19%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2015년엔 실수요를 반영해 신고 병상보다 초과 운영했지만, 최근엔 인력난으로 운영 병상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수요가 준 것이 아니라 인력난으로 초과 수용 조차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희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서울·경기·인천으로 이송이 집중되고 있는데 수도권도 이미 붕괴가 시작됐다"며 "전남과 경북, 충남, 충북 지역의 경우 국가 대응이 없으면 붕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병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치료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당 전공의는 수도권은 2015년 2.54명에서 2025년 0.31명으로 줄었고, 비수도권 역시 2.46명에서 0.5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세부전문의는 수도권은 1.92명에서 3.48명으로 늘었고, 비수도권은 1.54명에서 2.44명으로 늘었다.
특히 서남권(광주 전남, 전북)은 병원당 세부전문의가 유일하게 감소한 권역이다.
이는 대를 이을 전공의들이 없어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충원율은 13.4%에 불과할 만큼 전공의 지원 기피가 고착화 됐다.
장윤실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은 "신생아중환자실의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 분과전문의의 신규 공급 라인이 완전히 끊겼다"며 "후속 세대의 대가 끊기다 보니 현장은 급속히 고령화 되고, 남은 교수들이 진료와 당직을 홀로 떠안으며 버티고 있다. 잠시 버티면 지나갈 일이 아니라 의료의 연속성 자체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의사가 없어 지방의 여러 중소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았고 이제는 수도권 중소병원들 마저 인력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의료진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붕괴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신생아중환자실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투입과 사법리스크 해소 등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성세인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은 "비수도권 신생아중환자실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관할 모자의료(분만·NICU) 안정적 운영의 책임 주체임을 법·제도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인력이나 병상 등을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하고 계획과 성과를 중앙정부에 정기 보고하도록 해 지자체의 재정이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직 전담 전문의 채용을 위해서 정부·지자체가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고 현재 근무 중인 전담전문의의 겸직, 파견 허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사법리스크를 해소해 신규 인력 유입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의 소아청소년과 인력 수급 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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