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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5km, 54개 지역... 우리는 검은 송전선로 위를 걷는다
오마이뉴스

7월 30일 오전, 전남 해남군청 앞에 10m 길이의 검은 대한민국 지도가 펼쳐졌다. 사람들이 송전선로를 상징하는 노란 선을 하나씩 이어 붙이자 지도는 순식간에 뒤덮였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계획된 초고압 송전선로, 54개 지역을 가로지르는 3855km의 선이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출정식을 열고, 곧바로 그 선 위를 걷기 시작했다. 전기가 송전선로를 따라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흐르듯 우리도 수도권을 향해 걸을 것이다. 이 뜨거운 여름, 길 위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는다. 이 전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정부는 6월 29일,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 지산지소를 앞세워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수도권 최대 규모의 전력 집약 시설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그대로, 오히려 더 빠르게 추진된다.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불균형의 핵심은 손대지 않고, 지산지소를 말하면서 국토를 종단하는 장거리 송전선로를 짓는다.
이 두 문장은 같은 정책안에 함께 있을 수 없다. 산업과 일자리와 세수는 수도권에 모이고, 발전소와 철탑과 생활환경 훼손과 재산권 제한은 지역에 남는다. 부족한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오는 방식으로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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