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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한국식 운동회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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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한국식 운동회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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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챙겨온 정원용 장갑을 양손에 낀 채, 육중하고 까슬까슬한 줄다리기 밧줄을 손으로 움켜쥔다. 앞뒤로 밀착해 선 한국인, 독일인 엄마 아빠들은 양다리에 힘을 주어 단단히 중심을 잡고, 긴장한 채 호루라기 소리만을 기다린다.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꼬리 쪽에 선 나도 죽을힘을 다해 줄을 잡아당긴다. 어느새 아이들이 안전거리 따위는 잊고 몰려와 힘차게 응원한다.

"청팀 이겨라!"

"홍팀 이겨라!"

방방 뛰며 목청껏 외치는 아이들, 좀처럼 우리 쪽으로 움직이지 않는 굵은 밧줄, 마치 목숨줄이라도 붙잡은 듯 기를 쓰는 부모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묘한 초현실감을 자아낸다. 나는 평소 하루 운동량을 단 3분에 모조리 소진한다. 운동장이 미세하게 경사질 수 있으니, 자리와 대열을 바꿔가며 총 3번의 대결을 벌인 후 청팀이 최종 우승한다. 이긴 팀 부모들은 아이들 환호 속에 함박웃음을 짓고, 진 팀 가족은 한없이 아쉽다.

영혼을 끌어모아 함께 하는 운동회

얼마 전 치른 한글학교 운동회 풍경이다. 아이들 줄다리기 후에 학부모 경기가 이어졌는데, 가볍게 나섰다가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모두 영혼을 끌어모아 임한다. 다음날 어깨와 팔에 기분 좋은 근육통이 생기는 이유다. 하지만 승부는 금세 잊고 곧이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기에, 진 팀이 아쉬워할 시간은 짧다.

유치부에서 성인반까지 온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이 행사는 한글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줄다리기, 이어달리기, 이인삼각 등 내가 기억하는 추억의 게임부터, 청색 홍색 패널 뒤집기 같은 새로운 게임도 있다. 가족들은 소풍 가듯 돗자리, 휴대용 의자, 탁자까지 챙겨온다. 매우 한국다운 풍경이다. 학생들이 준비한 K팝 댄스와 북 공연이 흥을 한층 더 돋운다.

열심히 땀 빼고 소리 지른 후,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려 각자 집에서 가져온 그릇을 들고 줄을 선다. 밥, 김치, 치킨, 샐러드, 김밥, 잡채, 불고기 등 실컷 한식을 먹는 날이다. 후식은 수박과 케이크다.

단 하루 열리는 운동회지만 준비할 거리가 워낙 많기에 학부모 운영위원회와 교사진은 일찌감치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 인원 파악, 형제자매를 고려한 팀 나누기, 음식 주문과 배분, 각종 비품과 놀이 아이템 챙기기, 표지판 설치와 사후 청소까지 할 일은 끝도 없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즐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기꺼이 자원봉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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