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하다 발견된 조선총독부 지하 고문시설…"암 덩어리 도려내"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단행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의 숨겨진 비화가 공개됐다. 이와 함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헌신한 숨은 주역들의 노력도 함께 조명됐다.
16일 방송된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는 '1995 파괴의 그날' 편으로 구성됐다. 이날 방송에는 가수 강균성, 신지, 코미디언 박소라가 리스너로 출연했다.
방송은 1995년 8월 조선총독부 철거를 저지하려는 반대 움직임 속에 전국에 단 4대뿐이던 초대형 크레인을 확보하기 위한 극비 작전으로 시작됐다.
크레인 기사 이기본 씨는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장비의 위치를 숨기며 이동했고, 경찰차의 호위를 받아 세종로 현장에 극적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8월 15일, 5만 명의 시민과 독립운동가 차이석 선생의 외아들 차영조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35톤에 달하는 거대 첨탑이 철거되며 서막을 열었다. 해당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됐고 28.5%라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던 건물 내부의 문화재 이송 과정도 소개됐다.
문화재를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100m가 넘는 전용 지하 터널을 뚫어 직원들이 직접 유물을 실어 날랐고, 터널보다 큰 대형 불상을 옮길 때는 전시실 벽을 통째로 허물기도 했다.
불가피하게 지상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트럭 운전석 앞에 물을 가득 채운 종이컵을 올려놓고 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시속 2km의 초저속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물컵 작전'을 펼쳤다.
본격적인 철거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지하 감금 시설도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마다 두꺼운 철문과 잠금장치, 피와 물을 씻어낼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시설까지 남아 있어 일제강점기 고문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또, 조선총독부 건물에 담긴 일제의 치밀한 의도도 공개됐다. 일제는 경복궁 근정전 바로 앞을 총독부 건물로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말살하기 위해 경복궁 축을 일부러 3.75도 비틀어 설계했다.
이는 남산에 위치한 일본의 신을 모시는 조선신궁을 바라보게 하려는 목적이었고, 상공에서 내려다봤을 때 '날 일(日)' 자 모양이 되도록 배치한 정황도 소개됐다.
이에 강균성은 "잔인하고 속상하다"며 분노했고, 박소라는 "치밀하고 소름 끼친다"고 반응했다.
철거가 결정된 이후 일본 측 반응에 출연자들은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일본인 관광객이 폭증하며 일부가 "그 시절이 그립다"고 반응하자, 신지는 "우리에게는 아픔이고 슬픔인데 왜 그딴 말을 하지?"라며 분노했다.
여기에 일본 학계가 철거를 반대하고 일본 관료들 사이에서 "한국에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망언이 나오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 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대응한 일화도 소개됐다.
주변 경복궁 문화재의 훼손을 막기 위해 폭발 공법 대신 크레인으로 옥상에 굴착기를 올려 위에서부터 한 층씩 부수고 내려오는 고난도의 작업 끝에 조선총독부 건물은 70년 만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에 강균성은 "암 덩어리를 도려낸 느낌이 든다"고 말했으며, 신지는 "제자리를 찾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종로 일대는 과거 억압과 통제의 상징에서 벗어나 월드컵 거리 응원과 촛불 문화제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소통하는 광화문광장으로 거듭났다.
이에 신지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면서 우리나라의 새 역사가 쓰이고 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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