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강진에 부산 흔들렸는데…뒤늦은 재난문자에 '혼란'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부산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지만,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늦어지면서 소방 당국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혼란이 잇따랐다. 현행 재난정보 전달 체계가 시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위험'을 따라가지 못해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12분 뒤인 오후 4시 39분 발송됐다. 기상청은 재난문자 발송의 경우 지진 통보 기준에 따르는데 국외지진의 경우 '조기경보와 지진속보대상구역 내 규모 4.0 이상 5.0 미만'일 때 자동으로 발생 정보를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진은 대상 구역에서 발생하지 않아 추후 국내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수동 송출하면서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부산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은 지진감시구역 내 지역에서 발생해긴 했지만, 조기경보 영역에 들지 않았다"며 "추후 진도 등을 정밀 분석한 뒤 국내 영향이 예상돼 수동으로 문자를 송출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부산시 차원의 대피요령이나 행동 강령 안내문자로 발송되지 않았다. 시 역시 자체 발송 기준인 계기진도 4 이상에 미치지 않아 별다른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진 발생 정보 알림은 기상청 고유 업무이고, 시는 대피요령 등 행동강령 안내 등을 담당한다"며 "부산은 최대 계기진도 3 수준이라 발송 기준에 미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 기상청에 지진 문자 송출 기준이나 범위를 넓혀달라고 한 차례 건의했지만, '기술적·제도적 한계로 당장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4시 27분쯤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남쪽 23km 지역(부산 기준 남남동쪽 약 330km)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여파로 부산 지역에서는 고층 건물에 있는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고 멈춰선 차량이 약간 흔들리는 수준인 '최대 계기진도 3'의 진동이 전달됐다.
이미 강력한 흔들림을 느낀 뒤에도 원인을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 소동을 벌이는 등 혼란에 빠졌다.
부산 강서구의 한 영화관에서는 상영 도중 건물이 크게 흔들려 관람객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상영이 중단되고 티켓 환불 소동이 벌어졌다.
해운대구의 한 빌딩에서는 직원들이 급히 1층으로 대피했고,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0층 이상 고층부에서는 옷걸이가 크게 흔들릴 정도의 진동이 느껴져 직원들이 대피 여부를 두고 혼란을 겪기도 했다.
소방 당국에도 지진 관련 신고가 부산에서만 모두 291건 접수됐다. 대부분 실제 피해 신고가 아닌 "건물이 크게 흔들렸는데 지진이 맞는냐"는 등 지진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진 발생 정보가 재난문자 등으로 시민들에게 전달되기 전까지 신고 전화가 한꺼번에 몰렸고 이후 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고가 잦아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등에서는 "건물이 흔들리는데 원인을 몰라 더 불안했다", "폭염 안내문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오는데 정작 재난 발생 정보는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는 등 불만이 잇따랐다.
각 기관의 재난문자 발생 기준이 시민의 체감 위험도와 괴리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행 발송 기준을 유지하더라도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흔들림과 불안감을 고려해 재난정보 전달 체계와 안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남발되는 재난문자는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정작 진동을 느낀 긴급 상황에서 정보가 통제되면 공포와 혼란이 극대화된다"며 "현행 발송 기준이 시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수준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방증인 만큼, 전문기관 검토를 통해 현실적인 알림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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