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입니다, 똑똑똑" 삐친 손자 달래는 마법의 치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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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아, 할머니에게 저 그림책 좀 읽어줄래? 할머니 저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
며칠 전 딸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려와 거실 책장에 꽂아둔 조미자 작가의 그림책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2023년 5월 출간)을 가리키며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날이 무더워지면서 바깥 산책이 부쩍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큰손주 둥둥이와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런데 요즘 네 살 둥둥이가 다시 <넘버블럭스>의 무한 지옥에 빠졌다. 똑같은 책을 몇 번이고 무한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조르는데, 아이는 매번 진지하고 재미있어하지만 읽어주는 할머니는 여간 곤욕이 아니다.
어떤 날은 영혼 없이 기계적으로 글자만 읽어주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둥둥이의 입을 빌려 중간중간 읽게도 했다. 지루한 반복의 굴레를 벗어나고 싶던 차에 눈에 띈 그림책은 바로 구원투수였다. 내 제안에 둥둥이가 짐짓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협상을 걸어왔다.
"으응? 할머니 이 책 궁금해? 알았어. 그럼 내가 이 책 읽어주면 할머니는 다음에 넘버블럭스 읽어줘야 해."
조막만 한 손가락을 걸며 다짐을 받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기분 좋게 약속했다. 둥둥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림책 첫 장을 펼쳤다.
슬픔에 관한 짤막한 대화
주황색 계단에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흑백의 작은 여자아이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주변 풍경은 고요했고 아이의 표정은 잔뜩 찡그린 채 어두웠다.
"얘 표정이 너무 외롭고 슬퍼 보이는데."
"응, 진짜 그렇네."
둥둥이도 그림 속 아이의 슬픔을 느꼈는지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도망친 건 아니야. 혼자 있고 싶었으니까.
이 말을 남기고 소녀는 스스로 만든 작고 까만 집 안으로 쏙 들어가 문을 닫아 걸었다. 감당하기 힘든 감정의 무게에 숨어버린 모습이었다. 슬픔은 내면의 가장 고요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이기에 때로 해소가 되지 않으면 마음의 문을 저렇게 닫아버리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저렇게 나만의 작은 집으로 도망쳐 문을 잠그고 싶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네 살 손주에게 '슬픔'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둥둥아, 너는 어떨 때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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