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는 구직자 노린 '해외취업 덫'…수십만명 감금돼 사기 강요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영어에 능숙한 구직자와 고학력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가짜 해외 취업 광고에 속아 아시아 각지의 온라인 사기 시설인 이른바 ‘사기단지(scam compounds)’에 갇힌 뒤 범죄를 강요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이들 사기단지에 갇힌 인신매매 피해 노동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에이미 포프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근 피해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80개국 이상 출신의 사람들이 인신매매돼 사기단지로 끌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포프 사무총장은 범죄조직이 영어에 능숙한 사람과 대학원 학위 소지자 등 교육 수준이 높은 구직자를 집중적으로 노린다고 설명했다. 사기단지는 주로 아시아에 있으며, 범죄조직은 SNS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구직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범죄조직은 주로 SNS에 정상적인 일자리처럼 보이는 해외 취업 광고를 올린다. 피해자가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아 사기단지에 가두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한다. 또 피해자에게 빚을 떠안긴 뒤 이를 빌미로 속박해 온라인 사기를 강요한다.
UNODC는 2025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온라인 사기 피해액을 883억~1141억달러로 추산했다. 29일 원·달러 매매기준율로 환산하면 약 129조~166조원이다.
IOM은 사기에 동원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자발적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인신매매와 강제 범죄동원의 피해자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강요에 못 이겨 저지른 사기 행위 때문에 처벌받을까 두려워한다고 IOM은 전했다.
IOM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동남아시아에서 강제로 범죄에 동원된 인신매매 피해자 3500여명을 지원했다. 피해자 출신국은 39개국에 걸쳤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인도·스리랑카·에티오피아·케냐·방글라데시 출신이 많았다.
구조된 피해자들은 귀국한 뒤에도 정신적 충격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고 채무와 신분증명서 분실 문제도 겪고 있다. IOM은 국제사회에 피해자들의 안전한 귀환과 장기적인 사회 복귀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또 구직자들이 가짜 취업 광고를 가려낼 수 있도록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
같은 사건, 다른 제목
보도 없음
보도 없음